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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영화 속 그곳

<비긴 어게인>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도시, 더블린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With or without you With or without you I can't live with or without you.’ ♪♬

오늘은 록밴드 U2의 대표곡 ‘With or Without You’의 후렴구로 <세계 속 건축>을 시작해보았습니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에서  가수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과 노홍철 네 사람이 버스킹을 위해 아일랜드로 떠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아일랜드의 슬래인 성 앞에서 ‘With or Without You’를 연주하는 장면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은 리피강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뉩니다. 리피강 남쪽의 구 시가지에는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던 시절 아일랜드 총독부로 사용되던 더블린 성이나 시청을 비롯해 역사적인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JTBC <비긴 어게인> 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연주가 이루어졌던 슬래인 성과, 더블린의 유서깊은 건축물인 트리니티 컬리지와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뮤지션의 성지, 슬래인 성(Slane Castle) 


▲뮤지션의 성지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슬래인 성'. 18세기 후반 유명 건축가인 제임스 웨이트와 프레지 존슨의 설계에 따라 신고딕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출처: flicker)


<비긴 어게인>의 촬영지인 슬래인 성은 더블린 시내에서는 차로 약 40~1시간 정도 소요되는 미스(Meath)에 위치한 고성으로, 현재까지도 코닝햄(Conyngham) 후작 가문이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귀족 코닝햄 가문은 제1대 후작이 이 자리에 터를 잡은 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현재의 모습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 유명한 건축가인 제임스 웨이트(James Waytt)와 프레지 존슨(Frasi Johnson) 두 사람이 설계한 신고딕 양식의 건물입니다. 제임스 웨이트가 슬래인 성을 위해 스케치한 그림들이 현재 아일랜드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코닝햄 가문은 그 이후 3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건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영국의 조지 4세 왕과 엘리자베스 코닝햄의 로맨스가 피어나기도 했답니다. 조지 왕이 1821년 이 성에 머무르면서 더블린과 슬래인 사이의 도로가 생겨났다는 설이 있죠. 이 길이 쭉 곧은 직선 도로로 만들어진 것은 아마도 조지 왕이 연인에게 빠르게 달려 가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시 조지 왕이 머물던 침실이 지금도 '왕의 방(King’s Room)'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비긴 어게인>에서 가수 이소라가 청혼을 부른, 바로 그 붉은 벽의 샹들리에 룸도 조지 왕이 이곳에 머무르던 시절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니, 생각만 해도 로맨틱하네요.

영국 왕 조지 4세는 연인 엘리자베스 코닝햄을 위해 더블린과 슬래인 사이에 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출처: shutterstock, 이하 동일)



슬래인 성은 1981년부터는 콘서트 장소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롤링스톤스, 밥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레드핫칠리페퍼스, 데이비드 보위, , REM 등 세계적인 밴드들이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2017 5 27일에 건즈앤로지즈가 슬래인 성에서 콘서트를 했답니다. 성 주위로는 탁 트인 넓은 초원이 있는데, 말 그대로 드넓은 이 잔디밭이 인파로 가득 찹니다. 1984년 록그룹 U2가 이 성에서 머물면서 ‘The Unforgettable Fire’를 녹음했고 여기서 세 번이나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2013년 에미넴 2013년 콘서트 장면. 대형 무대 오른쪽으로 슬래인 성이 보인다. (출처:  https://www.rte.ie)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트리니티 컬리지 도서관


이제 더블린 시내로 돌아와 볼까요? 영화 <원스(Once)>의 주인공들처럼 그라프톤 거리에 버스킹 장소를 물색하러 나간 윤도현, 유희열, 노홍철 세 사람이 거리를 돌아보기 시작한 그 건너편에 트리니티 컬리지가 있습니다. 트리니티 컬리지는 1592년 엘리자베스 1세가 세운,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입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대학 중 하나입니다. 트리니티 칼리지의 건물 대부분은 더블린의 건축학적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조지 왕조 시대에 세워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옥 같은 건물들은 프론트 스퀘어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더블린 시내에 위치한 트리니티 컬리지. 공립 단과대학으로 1592년 엘리자베스 1세가 세운,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트리니티 컬리지의 고고학과 건물 내부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로 구 도서관의 롱 룸(Long room)입니다. 트리니티 컬리지 구 도서관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면서, 아일랜드에서 출간되는 출판물은 모두 보관되어 있는 납본도서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도서관이 유명한 이유는 『켈스의 서(Book of Kells) 때문입니다. 『켈스의 서』는 전 세계적으로 중세 기독교 예술의 가장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힙니다. 서기 800년경에 만들어진 이 책은 네 권의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와 예수님의 전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같은 시기에 필사된 다른 책들에 비해서도 훨씬 풍성하고 화려한 그림들이 특징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고대 도서들이 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9세기에 만들어진 복음서로 아일랜드 국보로 유명한 『켈스의 서』를 보기 위해 도서관에 입장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

 

롱 룸은 1592 트리니티 컬리지가 만들어질 때 함께 세워졌는데, CNN Travel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도서관 건물은 아일랜드 건축가로 주교의 아들이었던 토마스 버그(Thomas Burgh)의 역작으로, 본래는 트리니트 컬리지와 더블린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지어졌습니다. 500여 년 전 더블린 교외에 지어진 대학과 도서관이 더블린 시가 커지면서 지금은 시내 한복판에 있게 된 것입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혹시 <스타워즈 2: 클론의 습격>에 나왔던 제다이 아카이브를 기억하시나요? 조지 루카스가 제다이 도서관 장면을 만들 때 모티브를 가져온 곳이 바로 롱 룸 이라고 합니다. 반원형의 웅장한 천장이 인상적인 롱 룸은 1712년에서 1732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이 방 안에만 20만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중앙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서가에, 희귀하고 오래된 책들이 천정까지 빽빽하게 꽂혀 있는 서가의 모습이 장관이죠? 이 방은 길이가 64 m나 되고, 높이는 3층 건물 높이인 14 m나 된답니다.


 트리니티 컬리지의 롱 룸. 웅장한 반원형의 천장이 인상적인 이곳은 영화 <스타워즈 2> 속 제다이 아카이브의 모티브가 되었다.

    

 롱 룸의 높은 서가에 올라가기 위한 계단과 사다리.


롱 룸의 천정은 처음부터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단층으로 평평한 천정이 있는 방이어서, 아래쪽에만 책을 꽂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850년대에 이르러 책장이 가득 차게 되자 1860년에 천정을 반원형으로 올리고 서가를 2층까지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가 듀오인 토머스 딘(1792~1871)과 벤저민 우드워드(1816~1861)의 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원래의 평평한 지붕 대신 아름다운 목제 배럴 볼트 천장을 올렸습니다.

롱 룸의 복도 좌우로 늘어선 대리석상을 혹시 보셨나요? 17세기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처음 14개의 조각상을 구입한 이후 차차 늘어났는데, 대부분 철학자나 작가, 또는 이 대학을 후원한 사람들의 조각상입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흉상은 루이 프랑스와 루비약이 제작한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트리니티 대학 출신이기도 하죠.

 


『걸리버 여행기』가 탄생한 세인트 패트릭 성당


1192년에 지어진 아일랜드에서 가장 크고가장 높은 성당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


우리에게 『걸리버 여행기』로 잘 알려져 있는 조나단 스위프트는 소설가이자 정치평론가이며, 성공회 성직자이기도 했습니다. 더블린 출신인 그가 잠들어 있는 곳이 바로 세인트 패트릭 성당인데, 스위프트는 1713년부터 1745년 사망할 때까지 이 곳에서 주임사제로 있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세인트 패트릭 성당의 사제로 재직할 당시에 쓴 작품입니다.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 있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부조『걸리버 여행기』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1726년 세인트 패트릭 성당의 사제로 재직할 당시에 이 작품을 썼다.



성공회의 주교좌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은 1192년에 지어진 아일랜드에서 가장 크고, 가장 높은 성당입니다.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인 성 패트릭이 5세기 경 아일랜드 선교 여행 중에 세례를 행했다고 알려진 우물가에 세워졌는데, 성당 바로 옆에 우물터 유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조 교회였던 것을, 존 코민 대주교가 브리스톨 지역에서 석회암을 가져다가 1220년부터 약 40년에 걸쳐서 고딕양식의 거대한 성당으로 다시 지었습니다. 그 후 700여 년 동안 계속하여 개축한 결과로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레이디 채플은 1270년에 증축했고, 43m 높이의 서쪽 타워는 복원을 후원한 미놋 대주교의 이름을 따서 미놋타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1537년 아일랜드 성공회 교회가 되어 현재는 성공회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성당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세인트 패트릭 성당 실내. 이곳에서 1742년 헨델의 메시아초연이 이루어졌다.



먼저 성당 안은 화려한 바닥장식, 웅장한 실내와 스태인드 글라스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헨델의 유명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처음으로 공연한 곳이 바로 이 성당이라는데, 과연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1742 4 13메시아초연 당시 사용했던 오르간도 성당 안에 남아있습니다.  역사가 오랜 만큼 많은 기념물과 무덤이 성당 내에 자리잡고 있는데, 성 패트릭 우물에서 발견된 셀틱 십자가가 그려진 석판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세인트 패트릭 성당 내부에 전시된 성패트릭 우물의 켈트 십자가가 그려진 돌.

 


, 조나단 스위프트의 무덤과 추모공간도 성당 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혹 이곳을 방문하게 되신다면 성당 안에 전시되어 있는 『걸리버 여행기』 초판본을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성당의 명물인 웨스트 타워도 구경하세요. 1370년에 세워졌는데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내는 종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인트 패트릭 성당은 1800년대에 대대적으로 개축을 했는데, 이 때 후원한 사람이 벤자민 리 기네스 경입니다. 성당 옆 패트릭 공원에는 이 분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요. 이 분의 할아버지인 아서 기네스 1세가 바로 유명한 기네스 맥주 회사를 창립했죠. 달콤 쌉싸름한 맛의 아일랜드 맥주 기네스.  흑맥주 기네스죠.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팀 이름을 정할 때에도 언급 되었었죠. 비긴 어스와 어쩐지 발음이 비슷한 것도 같네요. Begin…..us.

 

오늘은 영화 <원스>JTBC의 예능 <비긴 어게인>의 촬영지인 더블린의 주요 명소 세 곳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지금 당장 아일랜드로 날아갈 수는 없지만, 오늘 저녁 시원한 기네스 맥주와 함께 <비긴 어게인>에서 가수들이 전하는 감미로운 선율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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