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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역사와 소통한 세계 우체국 이야기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나날이 높아지는 하늘이 가을을 느끼게 하는 9월입니다. 맑고 푸르른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운 이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싶어 집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중심에는 우체국이 있었지요. 우체국(post office)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600년부터입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우체국이 많은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역사적 상징물이 된 세계의 우체국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아일랜드 부활절 봉기의 중심, 더블린중앙우체국



더블린의 중심가 오코넬 스트리트, 독립운동광장에 위치해 있는 더블린중앙우체국은 아일랜드 우편 서비스를 총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일랜드인들에게 이 중앙우체국 건물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일으킨 1916년 부활절 봉기의 중심지로 더 의미를 갖습니다. 아일랜드 혁명가들이 영국군과 치른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외벽과 기둥 곳곳에 총탄 자국으로 남아있는 유서 깊은 건물입니다.



더블린중앙우체국은 1814년에서 1818년에 지어졌습니다. 당시 더블린은 대영제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죠. 1805년 더블린 재건축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어 오코넬 스트리트(당시에는 색빌 스트리트)의 건축을 맡았던 프랜시스 존스턴(Francis Johnston)이 이 우체국도 설계했습니다. 존스턴은 그리스 양식을 재현한 3층 건물로 설계했는데, 19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런 그리스 복고 양식이 유행이었습니다. 건설 당시에는 오코넬 스트리트에 높은 넬슨 기념비가 있어 중앙 우체국 건물의 그리스식 기둥과 짝을 이루었었다고 하죠. 이 넬슨 기념비는 지금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더블린 첨탑이 서 있습니다.



더블린중앙우체국 전면을 보면 그리스의 신전이 떠오릅니다. 그리스 복고 양식의 특징인데, 전체 67.1m의 넓이로, 정면 중앙에는 24.4m 폭의 이오니아식의 포르티코(portico) 현관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나란히 늘어선 여섯 개의 기둥은 기둥 머리 부분에는 소용돌이 장식이 양쪽으로 있습니다. 고사리가 동그랗게 말린 듯한 이 장식이 바로 이오니아 양식 기둥의 특징이죠. 기둥 위에는 섬세한 조각의 띠장식을 얹었습니다. 


움푹 들어간 페디먼트의 삼각면에는 원래 영국 왕실의 문장이 있었으나, 1920년대에 복원작업을 하면서 제거되었다고 합니다. 넬슨 기념비를 폭파한 것이나, 영국 왕실의 문장을 제거한 것이나 모두 대영제국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노력이었겠지요. 


건물 위로는 존 스미스(John Smyth)가 조각한 세 조각상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에는 머큐리, 오른쪽에는 피델리티, 그리고 중앙에서 한 손에 하프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창을 높이 들고 있는 것이 히베르니아입니다



1916년 4월 24일, 부활절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일어난 1,000여명의 아일랜드 혁명군은 이 웅장한 우체국 건물을 총사령부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도자였던 패트릭 피어스(Patrick Pearse)가 중앙우체국 외부 계단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아일랜드 공화국을 선언하였던 이 일이, 1923년 아일랜드가 마침내 독립을 이루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지금 더블린중앙우체국에는 반란군의 희생을 추모하는 두 가지 중요한 기념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에 걸어 둔 1916년의 독립 선언문 글귀가 새겨진 현판이고, 다른 하나는 아일랜드의 민족성을 상징하는 조각 ‘쿠 훌린의 죽음’입니다. 




인도 콜카타 블랙홀의 현장, 콜카타중앙우체국



인도 역시 한때 대영제국의 지배를 받았지요. 현재 인도 서벵골의 주도인 콜카타는 이때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습니다. 콜카타는 이전에는 영어식으로는 캘커타라 불렸지만 2001년 이후 전통명칭인 콜카타(Kolkata)로 공식 명칭을 개명하였습니다. 17세기에 영국 동인도 회사가 상관을 세우면서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1772년 영국령 인도의 수도가 되었고, 현재는 450만 인구의 대도시입니다


서 벵골주를 총괄하는 중앙우체국인 콜카타중앙우체국은 비비디 바그(B.B.D. Bagh) 광장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얗고 높은 돔지붕과 웅장한 외용으로 콜카타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콜카타중앙우체국이 위치해 있는 비비디 바그는 이전에 달하우시 스퀘어라고 부르던 곳으로 원래는 이 자리에 포트 윌리엄이 있었습니다. 포트 윌리엄은 영국이 동인도 회사의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군사 요새이자 총독부 건물이었는데, 1756년 캘커타 블랙홀 사건 때 벵갈군에게 함락당하고 맙니다. 다시 콜카타를 점령한 영국은 장소를 옮겨 새로운 포트 윌리엄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인도의 군사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포트 윌리엄은 새로 지은 포트 윌리엄이지요. 콜카타중앙우체국의 동쪽면에는 이곳이 원래의 포트 윌리엄이 있던 자리라는 현판이 새겨져 있습니다.



콜카타중앙우체국은 월터 B. 그린빌(Walter B. Grenville)의 설계로 1864년에 짓기 시작하여 1868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돔형 지붕과 긴 복도를 따라 늘어선 이오니아-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특징입니다. 하얀 돔의 높이는 67m가 넘고, 하단은 8각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28개의 기둥이 이 돔형 지붕을 지지하고 있는데, 기둥 머리부분에 화려한 장식을 조각한 이오니안-코린트 양식의 기둥 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더블린중앙우체국의 이오니아식 기둥과 다른 점을 발견하셨나요? 코린트 양식의 기둥은 이오니아식의 소용돌이 장식 아래에 화려한 문양을 추가하여 좀더 복잡다단한 모습이 됩니다. 이 높은 기둥이 2층까지 길게 늘어선 복도가 이 건물에 웅장함을 더합니다.



1884년에는 콜카타중앙우체국 건물 안에 우편 박물관이 만들어져서, 인도 우편 서비스와 관련된 흥미로운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우표 수집 연구 사무소도 이 건물의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도 우편국은 콜카타 중앙우체국 건물의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이공의 추억, 호찌민중앙우체국



베트남 호찌민 시는 프랑스령 코친차이나의 수도였던 곳으로 옛 이름은 사이공입니다. 식민지 기간동안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통 서양건축양식을 반영한 건물들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의 진주’, 또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호찌민 시의 중심부 동코이 거리 주변, 파리코민 광장에는 호찌민중앙우체국(사이공중앙우체국)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자, 호찌민 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입니다. 호찌민중앙우체국은 19세기에 지어진,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전형적인 건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고딕-르네상스 양식의 영향으로 기하학적인 형태와 비례장식이 특징인데, 우체국이라기보다 유럽의 어느 도시의 기차역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노란색으로 칠해진 외벽에는 화려한 조각과 함께 사각 현판이 건물을 둘러 장식되어 있는데, 이 현판에는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중앙 입구의 철제 장식과 커다란 시계 역시 기차역을 떠올리게 하는데, 시계 위에 적힌 ‘Buu Dien’이라는 글자가 우체국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찌민중앙우체국을 설계한 사람은 프랑스의 건축가 알프레드 폴홍스(Alfred Foulhoux)입니다. 폴홍스는 외기스트 앙리 빌드외(Auguste Henri Vildieu)와 함께 1886년부터 1891년까지 5년에 걸쳐 이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은 중앙홀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시원하게 높은 아치형 천장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고, 초록빛으로 칠한 가는 철제 기둥이 2열로 늘어서 있어 더 넓고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입구 양쪽 벽면에는 두 개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모두 이 우체국이 처음 지어질 때 그려진 것입니다. 왼쪽에 있는 지도는 1892년 호치민 시의 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1936년 우편지도입니다.  



우아한 패턴의 타일 위에는 세월의 흔적을 곱게 간직하고 있는 나무 소재의 전화 부스와 긴 의자들이 놓여있어 운치를 더합니다. 이 전화 부스는 프랑스 식민지시대부터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편과 소포를 보내는 창구는 중앙홀의 벽면을 따라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앙홀의 가운데에는 엽서를 쓰거나 소포를 준비할 수 있는 긴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긴 테이블의 한쪽 끝에 작은 체구의 노인이 작은 팻말을 걸고 앉아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주엉반응오(Duong Van Ngo) 씨입니다. 


▲호찌민중앙우체국의 산 증인인 주엉반응오 씨. 사진 맨 오른쪽 모자 쓴 여인을 마주하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다.


베트남 기네스북에 ‘베트남에서 가장 오랫동안 편지를 대필한 사람’으로 올라있습니다. 1930년생인 주엉반응오 씨는 18세때부터 이 우체국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1990년에 퇴직한 이후에는 우체국에서 편지를 대필하는 업무를 시작하여 87세가 된 2017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어, 영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응오 씨는 글을 쓸 줄 모르거나, 다른 언어로 편지를 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합니다. 그야말로 만년필 하나로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소통의 중심에 광장의 우체국들

오늘 소개해 드린 세 우체국은 모두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 면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우편 서비스의 특성 때문일까요. 더블린중앙우체국은 독립운동광장인 오코넬 스트리트에, 콜카타중앙우체국은 비비디바그(달하우시 스퀘어), 그리고 호찌민중앙우체국은 파리코뮨 광장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우체국이 있습니다. 바로 명동에 있는 서울중앙우체국입니다. 크게는 서울시청과 숭례문을 잇는 도심삼각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면서, 바로 마주한 한국은행, 신세계 백화점과 광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광장은 일본 강점기 선은전광장(鮮銀前廣場)으로 불리는 경성의 중심이었고, 지금의 서울중앙우체국은 당시 ‘경성우편국’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사진 출처 : 한국우표포털)


1915년에 지어진 옛 경성우편국 건물은 한국전쟁 때 대파되었지만, 우편국은 서울중앙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내내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지금은 2007년 9월 완공된 포스트 타워가 중앙우체국의 청사로 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포스트 타워가 어디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명동에서 마징가 제트처럼 생긴 건물을 보신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2007년 11월에 완공된 포스트 타워입니다. 우리나라 우체국의 상징인 제비꼬리를 형상화한 M자 모양의 독창적인 외관 때문에라도 쉽게 지나치실 수 없을 거예요. 한화건설도 이 포스트 타워 건설에 참여했답니다. 



포스트 타워는 중앙 분수광장을 포함한 주변지역이 전면 광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우체국 창구를 전면 광장과 연결되는 지하 1, 2층에 배치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과 사람과 소통하는 우체국, 역시 잘 어울리지요? 국내 유명 랜드마크 건물을 설계한 한국통건축가 스콧 사버(Scott Carver)가 설계한 포스트 타워는 자연채광, 태양광발전, 열병합발전, 간이 공기순환창 등의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킨 대한민국 대표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물이기도 하답니다.


지금까지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세계의 우체국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아일랜드나 인도, 베트남의 우체국은 식민지 시절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지만, 서울중앙우체국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 곳도 있지요. 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지만, 우체국은 역사 속에 남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첨단 건축 양식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죠.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우체국처럼 한화건설도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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