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금박을 입힌 절까지 - 고유한 색을 지닌 세계의 종교적 건축물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


두오모 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우리에게 유명한 장소들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종교적인 건물이라는 점입니다. 이곳들이 위대한 건축물로 여겨지는 이유는, 지어질 당시의 역사와 시대상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예술사적이나 건축학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와 도시, 국민들이 갖고 있던 감성과 신념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종교적 건축물이 갖는 특별함 아닐까요?


오늘은 성당, 교회, 사찰 등 세계의 유명한 종교적 건축물을 소개하겠습니다. 건물에 담긴 시대적 배경 및 건축양식을 살피다 보면 이러한 건축물들이 단지 종교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인류의 소중한 역사를 담은 문화유산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천국의 시온산을 재현한 성당, 러시아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 


▲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 내부 

copyright Ⓒ Jorge Láscar / Wikimedia Commons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광장은 크렘린 궁전과 레닌묘, 국립역사박물관과 같은 역사적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중 남쪽에 위치한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Cathedral of St. Basil the Blessed)’은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아마도 ‘성 바실리 성당’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실 텐데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또 한번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 

copyright Ⓒ Anton Zelenov. / Wikimedia Commons



이곳은 당시 모스크바 대공국의 대공인 이반 4세가 몽골의 카잔 칸을 물리치고 국토를 회복한 것을 기념하며 봉헌한 성당입니다.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라는 명칭은 ‘축복받은 성 바실리’라는 뜻으로, 천국의 시온산을 지상에 재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성당은 1555년 건축을 시작해 1561년에 완공됐습니다. 



성 바실리 대성당은 포스트니크 야코블레프라는 건축가에 의해 설계됐습니다. 중앙의 벽기둥 구조를 중심으로 여덟 개의 예배당을 대칭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후 17세기에 기본 구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민속 자수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컬러로 도색했고, 이 성당의 모습은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전형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답니다. 



 ▲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 돔

copyright Ⓒ Nickolas Titkov. / Wikimedia Commons



이 성당은 16세기 러시아의 집중식 성당 건축의 최고봉으로 손꼽힙니다. 건물의 주재료는 벽돌과 석회암으로, 러시아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돼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단일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팔각형의 중앙 첨탑을 양파처럼 생긴 8개의 돔들이 에워싼 모양인데요. 제각기 다른 높낮이와 모양을 지닌 돔과 폭설과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한 좁은 창문, 러시아 전통 문양이 조각된 원추형의 지붕은 러시아 건축 스타일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성당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은 유구한 성당 건축의 역사 속에서도 독보적이라는 찬사를 듣습니다. 완성된 이곳을 본 이반 4세가 황홀함에 탄복하며, 다시는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가의 눈을 뽑았다는 설도 내려오는데요. 그 찬란함이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가시나요?




암석을 파낸 내부에 지어 ‘암석교회’라 불리는 핀란드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내부

copyright Ⓒ Matthew Duncan / Wikimedia commons



북유럽은 경이로운 대자연과 낭만적인 도시가 잘 어우러진 곳으로 유명합니다. 건축물도 자연의 일부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중 핀란드의 건축물은 편안하고 간결해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핀란드의 유명 여행지인 시벨리우스 공원, 마켓광장, 원로원 광장 등에서도 그 나라의 고유한 감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늘 소개할 ‘템펠리우스 교회(Temppeliaukio Church)’도 소박하고 단순한 미적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곳인데요. 화강암을 깎아 만든 암석교회랍니다.

 


▲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copyright Ⓒ Dennis Jarvis / Flickr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건축가 티모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의 설계로 1969년에 세워졌습니다. 이곳은 기존 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완전히 깨트린 모습인데요. 지금은 핀란드 헬싱키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물이자 관광 명소이지만, 설계 당시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바위를 파내서 교회를 짓는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당시 건축 상식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인데요. 공모전에서 입상한 형제 건축가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땐 종교단체와 학생단체의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건축물’로도 손꼽힐 정도라니, 재미있지 않나요?


 

▲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내부

copyright Ⓒ Old Pionear / Wikimedia Commons



암반을 깎아 만든 이 교회는, 일명 '암석교회'라 불립니다. 자연 암반을 둥글게 파고, 그 위에 돔을 얹은 형태입니다. 천장과 외벽 사이에 원형의 창을 만들어 최대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데요. 화려한 치장 없이 오직 자연과 빛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매우 경이롭습니다. 자연의 음향 효과를 최대한 고려해 디자인된 3000여개의 파이프 오르간도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템플리아우키우 교회에선 가끔 연주회도 열리는데, 자연 채광, 암석과 어우러진 오르간 소리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전체가 금칠이 된 사찰, 일본 ‘킨카쿠(金閣) 절’ 


교토는 일본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장소입니다. 아늑한 분위기와 일본의 옛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유적지와 명소가 많아 여행객들에게 인기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수세기에 걸친 일본의 종교와 일본 건축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심지이기도 한데요. 그중 ‘킨카쿠절(Temple of the Golden Pavilion)’은 일본 목조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교토의 대표 유적지입니다.


 

▲ 킨카쿠(金閣) 절

copyright Ⓒ Freedom II Andres / Flickr



1397년에 창건된 킨카쿠 절은, 당시 무로마치 막부의 수장이었던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은퇴 후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후 유언에 따라 선종 사찰로 바뀌었습니다. 무로마치 막부가 쇠퇴하면서 당시의 많은 선종 사찰들이 재정난을 겪거나 일부는 불타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킨카쿠절은 특별한 재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다가 1950년 방화로 인해 전소됐습니다. 이후 1955년에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했고, 금박은 1962년에 이어 1987년에 다시 입혀졌습니다. 


 

▲ 킨카쿠(金閣) 절 



이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은 절 전체가 금칠로 돼있다는 점입니다. 절 정자는 금박으로 덮여있고, 지붕엔 금박을 입힌 불사조가 장식돼 있는데요. 이곳의 명칭도 본래의 로쿠온지보다 금박을 입힌 3층 누각의 사리전 킨카쿠가 유명해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랍니다. 



 

▲ 킨카쿠(金閣) 절 

copyright Ⓒ Arup Malakar / Flickr



3층짜리 사리탑은 각 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릅니다. 달마를 모신 1층은 11세기 헤이안 귀족 저택에서 영감을 얻은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미닫이 문을 통해 공기와 빛이 들어올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불상이 안치된 2층은 무가 저택의 주거 양식으로, 금박을 입힌 장식과 부처의 사리를 간직한 3층은 중국 선종 양식으로 지어졌습니다. 킨카쿠절은 금각 외에도 그 주변에 조형된 연못과 정원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바위와 폭포와 같은 자연을 누리며 조성된 산책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적 건축물,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 소개한 성당, 교회, 사찰은 그 속에 담긴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지어질 당시의 역사, 문화, 예술이 총 총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종교적 건축물이 주는 깊은 울림이 느껴볼까요?


한화건설은 더 의미 있는 세계의 건축물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