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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영화 속 그곳

영화 ‘라라랜드’와 함께하는 LA 건축 여행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


지난 2016년에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라라랜드>를 기억하시나요? ‘라라랜드(La-La Land)’는 꿈의 나라 혹은 비현실적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로서 로스앤젤레스(LA) 및 남부 캘리포니아를 칭하는 별명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제목에 걸맞게, 영화는 LA를 무대로 두 주인공이 펼치는 사랑 이야기를 꿈 같은 음악과 환상적인 비주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라라랜드> 속 낭만적인 장면들을 떠올려보며, 영화의 배경이 된 건축물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잠시간 영화 주인공이 되어 LA 건축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 반짝이는 별들 속 로맨틱한 댄스씬, 그리피스 천문대


<라라랜드> 공식 포스터



노을 진 보라빛 하늘 아래 탭댄스를 추는 두 남녀,

푸른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야경,

별빛 가득한 허공 위에서의 첫 키스



<라라랜드>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탭댄스 장면의 촬영장소는 그리피스 공원(Griffith Park)입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위치한 그리피스 공원엔 천문대, 동물원, 수영장 등이 있는데요, 이중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는 주인공들이 우주를 떠다니며 왈츠를 추던 장면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이 그리피스 공원과 천문대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 그리피스 천문대 전경

Copyright ⓒ Matthew Field



그리피스 천문대는 LA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입니다. 1935년 완공된 이 건물은 아르데코 건축양식으로 지어습니다. 당대의 건축 사조를 잘 반영하고 있는 만큼, 우주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 그리피스 천문대의 아르테코 디테일

Copyright ⓒ Nathan Day



아르데코(Art Déco)1920~3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장식미술을 뜻하는데요, 동심원,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9세가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유행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양식이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선을 사용한 것과 대비되는 사조입니다. 



▲ 그리피스 천문대 돔 내부 모습



그리피스 천문대의 1층엔 천체투영관이, 2층에는 천체망원경 홀이, 그리고 지하에는 영화관과 전시관이 있습니다. 특히 300석 규모의 천체투영관(Samuel Oschin Planetarium)에선 우주와 지구에 대한 영상을 누워서 관람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레이저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을 통해 천체를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라라랜드> 속 주인공 커플, 세바스찬과 미아가 왈츠를 추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장소가 바로 이 천체투영관입니다.



▲ 그린피스 천문대 전경



그리피스 천문대를 관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론 해지기 전에 도착해 LA의 전경과 천문대 전시물을 구경한 후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가 추천되곤 합니다. 날씨가 매우 화창한 날엔 천문대 2층의 오른편 돔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할 수도 있습니다.




■ 처음 손을 잡은 순간의 설렘, 리알토 극장


▲ 사우스 패서디나 리알토 극장

Copyright ⓒ Cbl62



낡은 극장 앞에서 하염없이 미아를 기다리는 세바스찬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깨닫곤 극장으로 달려가는 미아

상영관 안에서 서로를 발견하곤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처음 손을 잡는 두 사람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을 담은 이 장면의 배경은 ‘리알토 극장(Rialto Theatre)’입니다. 1925년 지어진 리알토 극장은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의 사우스 패서디나에 위치합니다. 한때는 남부 캘리포니아 최초의 단관영화관으로서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지만 멀티플렉스가 유행하며 고전영화 재상영관으로 그 역할이 축소됐고, 현재는 폐관된 상황입니다. 극장이 지닌 문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 사우스 패서디나 리알토 극장의 낡은 간판

Copyright ⓒ Thomas Hawk / flickr



‘LA타임즈’는 리알토 극장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스페인 바로크 양식과 이집트식 키치가 뒤섞인 건축양식’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렇듯 여러 양식을 혼합하여 지은 오래된 영화관들이 LA엔 여러 곳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독특한 건물 외관 덕에 리알토 극장은 오랜 시간 도시의 아이콘으로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우스 패서디나 리알토 극장

Copyright ⓒ Truus, Bob & Jan too!/ flickr



극장 내부는 오케스트라석과 발코니 좌석, 깊게 파인 스테이지로 이뤄져 있으며, 안타깝게도 현재는 내부를 관람할 수 없습니다. 군데군데 부서지고 판자로 막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외관이 건물의 역사를 짐작게 하는데요, 주류를 판매하는 영화관으로 리모델링될 예정이라고 하니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기대됩니다.




LA 구석구석 즐거운 데이트, 왓츠 타워즈


왓츠 타워즈 전경

Copyright ⓒ Levi Clancy



시간이 흘러, 사랑이 무르익은 여름날

즐겁게 데이트를 나선 세바스찬과 미아

그 뒤로 펼쳐지는 LA의 명소들



사랑에 빠진 세바스찬과 미아는 LA의 랜드마크를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요, 왓츠 타워즈(Watts Towers)는 두 주인공의 데이트 코스 중 하나입니다. 17개의 건축물이 오밀조밀하게 장식된 모습이 예술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왓츠 타워즈

Copyright ⓒ Perry Planet



이 곳의 정식 명칭은 ‘사이먼 로디아의 왓츠 타워즈(The Watts Towers of Simon Rodia)’로서, 건축가 사이먼 로디아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습니다. 1879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사이먼 로디아는 42세가 된 1921년에 로스앤젤레스 왓츠(Watts) 지역에서 삼각형 모양의 대지에 있는 집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1921년부터 1955년까지 34년간 집 마당에 탑을 지었다고 합니다.



▲ 일상적인 소재들을 활용한 세부 장식

Copyright ⓒ Levi clancy



건축 과정을 살펴보자면, 우선 땅을 깊게 판 후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지면서 철근으로 된 기둥들을 세웠습니다. 철근 기둥엔 철사를 감아 시멘트 모르타르를 바르고 모르타르가 굳기 전에 타일 조각, 유리병, 조개 등으로 장식했습니다. 이중 가장 높은 탑은 30m 정도이며 망치, 수도꼭지 손잡이 등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물건들로 시멘트벽에 음각을 넣었다고 합니다.



왓츠 타워즈의 세부 장식

Copyright ⓒ russavia



왓츠 타워즈의 가장 놀라운 점은 한 사람이 지은 건축물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라는 것과 건축도면이나 비계 없이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자신만의 공법을 사용해 지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사이먼 로디아가 이 지역을 떠난 후 1956년에 그의 집은 전소됐고 1957년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탑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왓츠 타워즈는 1963년 로스앤젤레스의 15번째 역사문화기념물로 지정되고 1978년엔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이 됐으며, 1990년엔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기에 이릅니다.




■ 사랑을 다짐한 장소,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



어스름 석양이 내린 저녁

팔짱을 끼고서 한참을 걷는 두 남녀

유럽풍 가로등이 멋스러운 다리 위 풍경



<라라랜드>속 주인공 커플이 잘 차려입고 거닐었던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Colorado Street Bridge)’는 마치 셰느강의 다리처럼 유럽풍의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는 아로요 세코(Arroya Seco)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서 종종 아로요 세코 다리(Arroya Seco Bridg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

Copyright ⓒ Mike Dillon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는 1913년에 제작됐으며 완공 당시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콘크리트 다리였습니다. 다리의 길이는 453m이며 예술적이며 독특성을 지닌 콘크리트 아치형 구조, 아름다운 조명과 난간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1981년에는 국립 역사 유적지로 등록됐으며 미국 토목 학회의 국립 역사 토목 공학 랜드마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는 한때 ‘자살 다리(Suicide Bridge)’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콘크리트의 파손이 시작되자 잠시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보완 공사를 하고 다리 난간 위에 자살 방지를 목적으로 높은 철책을 두른 후 재개통 됐다고 합니다.


현재는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지로 유명세를 떨치며, ‘자살 다리’란 과거의 오명을 씻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낭만적인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 <라라랜드> 공식 예고편




지금까지 보았듯 영화 <라라랜드>는 LA 곳곳의 명소들을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고도 애틋한 장면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라라랜드 투어’ 상품이 각광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영화 속 배경을 찾아 LA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특히나 리알토 극장과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의 경우 <라라랜드>에 등장하며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하니, 잘 만든 영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느끼게 합니다.


여러분도 LA를 방문한다면 세바스찬과 미아를 따라 여행코스를 짜보는 건 어떨까요? 한화건설은 더욱 흥미로운 영화 속 건축물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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