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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한국 근현대건축의 거장을 만나다 <김중업 다이얼로그> 展




안녕하세요. 화건입니다. :)


한국 근현대 건축의 거장.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1세대.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 모두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을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그의 사후 30주기를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특별전 <김중업 다이얼로그>가 열리고 있단 걸 아시나요? 이 전시는 ‘건축전은 일반 관람객에게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다양한 자료로 폭넓은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김중업의 작품과 생애를 담고 있는 <김중업 다이얼로그>를 소개하겠습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김중업 다이얼로그>

[기간] 2018. 08. 30(목) ~ 2018. 12. 16(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요금] 2000원




■ 건축가 김중업, 그리고 <김중업 다이얼로그>의 의미


▲ ‘김중업 다이얼로그’ 포스터 / Copyright ⓒ 국립현대미술관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중업은 평양중학교를 졸업한 뒤 요코하마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유럽에 진출한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만나 유일한 한국인 제자가 됐는데요, 르 코르뷔지에 아틀리에에서 모더니즘 건축의 최전선을 경험하고 귀국한 그는 전쟁 후 초토화된 한국 땅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은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라는 한국건축사적 의미만을 다루는데 머물지 않고 문화예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예술가 김중업’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합니다. 김중업의 생애 전반을 조망하는 첫 대규모 전시로서, 김중업 박물관의 소장품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그리고 건물주로부터 대여한 자료들과 사진 및 영상 신작 등 총 3,000여 점의 작품과 자료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는 ‘김중업 매트릭스’, ‘세계성과 지역성’, ‘예술적 사유와 실천’, ‘도시와 욕망’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는데요, 각각의 주제를 함께 따라가 볼까요?




■ 시간의 축을 따라 김중업 작업을 돌아보다 김중업 매트릭스


▲ ‘김중업 매트릭스’ 전시 내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관람객을 반깁니다. 바로 전시 도입부에 해당하는 ‘김중업 매트릭스’ 섹션인데요, 시간 축에 따라 건축 이미지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김중업의 작품들을 사진과 텍스트로 소개합니다.



▲ ‘김중업 메트릭스’에 걸린 작품들 /

우측에 보이는 작품은 1979년 설계한 태양의 집(現썬프라자)으로서,

쇼핑몰의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다



‘김중업 매트릭스’ 속에서 관람객들은 사진이 걸린 얇은 구조물 사이를 거닐며 감상하게 됩니다. 이 구조물에 걸린 작품의 앞·뒷면엔 모두 사진이 인쇄돼 있는데요, 전면은 당시의 건축물을 찍은 것이고 후면은 현재의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후기 건축물에서부터 김중업의 이름을 알린 전기 건축물까지 역순으로 진행되는 점이 관람 포인트랍니다.




■ 르 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을 한국화하다 세계성과 지역성


▲ 전시장에 적힌 김중업의 메모 /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 특유의 조형감각뿐만 아니라

인생관, 직업정신 등에서 총체적 영향을 받았다



3년 2개월간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로 일했던 김중업은 우리나라에 서구 현대건축의 조형을 소개하며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전하게 됩니다. ‘한국적 모더니즘’이란 명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엔 세계성과 지역성, 두 가치가 공존하고 있는데요. 전시 파트 중 ‘세계성과 지역성’은 김중업이 1956년 파리에서 돌아와 남긴 작품들과, 작품들 안에 숨 쉬는 한국적 모더니즘의 가치를 다루고 있습니다.



▲ 제주대학교 본관 모형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업으론 부산대학교 본관, 서강대학교 본관, 건국대학교 도서관, 제주대학교 본관 등이 있습니다. 그중 제주대학교 본관의 경우, 철저하게 르 코르뷔지에의 규칙과 방법을 적용시키면서도 바다에 인접한 지역적인 조건을 배려해 건축했다고 합니다. 현재 제주대학교 본관은 노후로 인해 철거됐지만, 전시관에선 사진과 모형 등의 자료를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 예술가로서의 김중업을 조망하다 예술적 사유와 실천


김중업은 평생 예술가로서의 건축가상을 추구했습니다. 예술과 건축의 관계 속에서 그가 보여온 행보를 ‘예술적 사유와 실천’ 섹션에서 만나볼까요? 



▲ 1960년 설계한 주한프랑스대사관 모형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

한국의 곡선미를 살린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1957년 김중업은 국내 건축가 최초로 개인전인 《김중업 건축 작품전》을 열며 예술가적 면모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해방 이후 부산에서 교류했던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작가들의 전시나 작품을 후원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했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올림픽 세계평화의문 등이 동시대 예술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한편,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타피스트리(색실로 그림을 표현한 작품) 등을 건축에 접목하며 건축을 매개로 한 총체예술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 영화 ‘건축가 김중업’



‘예술적 사유와 실천’ 섹션에선 영화 ‘건축가 김중업’도 상영되고 있는데요. 이 영화는 1971년 김중업이 프랑스 영화감독과 함께 주한프랑스대사관, 삼일빌딩, 도큐호텔 등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 급변하는 도시 속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짓다 도시와 욕망


▲ ‘도시와 욕망’ 전시 내부



이번 전시는 도시에 대한 김중업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복잡다양한 그의 후기작을 이해하려면, 빠르게 발전해온 한국 도시의 모습과 함께 그의 작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도시와 욕망’ 섹션은 도시라는 문맥 안에서의 김중업 건축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을지로 2가 재개발 빌딩 건축상



김중업은 삼일빌딩, 도큐호텔(현 단암빌딩), 안국빌딩, 중소기업은행 본점 등 당대 기술과 자본을 응집시킨 수많은 빌딩을 지었으며, 1980년대 전국으로 확산된 지방 도시의 문화시설을 맡아 설계했습니다. 또한, 쇼핑센터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시설들과 독특한 개인주택들을 구상하며 급변하는 도시 속에 쉽게 변하지 않을 공동체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던 60-80년대의 서울은 그가 지은 건축물로 새롭게 탄생했고, 오늘날의 풍경으로 자리잡았답니다.



▲ 각계 저명인사들이 회고하는 건축가 김중업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건축은 인간을 위한 찬가입니다. 

알뜰한 자연 속에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또 하나의 자연입니다.” 

- 김중업



<김중업 다이얼로그>는 그간 논의가 부족했던 김중업의 후기 작업들 및 국내 중요한 예술가들과의 협업 과정, 도시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남긴 건축물, 그리고 도시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들 속, 김중업이 건네는 대화(dialogue)에 귀 기울여보는 게 어떨까요?


그럼, 화건은 다음에도 유익한 건축 정보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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