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등본 떼러 한옥에 간다? 전통을 입은 공공건물들




안녕하세요. 화건입니다. :)


여러분은 ‘한옥’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소중한 전통이지만 현대인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과거의 유산으로만 생각하시진 않나요?


하지만 최근 한옥으로 지어진 호텔, 공연장, 대학캠퍼스 등이 속속 등장하며 시대에 맞게 한옥의 기능도 변화하는 추세인데요.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주민센터부터 도서관까지! ‘공공기관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벗고, 한옥의 모습으로 자리한 건물들을 찾아볼까요?




■ 주민들을 위한 정겨운 쉼터, ’혜화동 주민센터


Copyright ⓒ 안우석, Wikipedia



주민등록등본을 떼기 위해 기와집 대문을 들어서는 풍경. 낯설게 느껴지신다고요?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선 어색한 광경이 아닙니다. 한옥으로 된 동주민센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 속 한국의 멋을 느끼게 하는 이곳은 분주한 대학로 거리 한켠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주민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Copyright Republic of Korea



본래 혜화동 주민센터는 한국 최초의 여의사이자 한국걸스카우트의 창시자 고 한소제 선생이 1930년대에 지은 근대 한옥이었습니다. 2006년 전국 첫 주민센터로서 문을 열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 공간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는 문제도 있었는데요. 2010년부터 2년간의 공사 끝에 우물 정(井)자 모양의 천장, 전통 마룻바닥 등 우리 전통에 걸맞은 내부구조까지 갖추게 됐다고 합니다.



Copyright Republic of Korea



이처럼 한국의 멋을 잘 살린 주민센터 내부는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 안에 사랑방과 전시실, 카페 등이 마련돼 있어, 주민들에게 정겨운 쉼터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 문학의 정취를 담은 한 폭의 수묵화, ’청운문학도서관


Copyright Republic of Korea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엔 한 폭의 그림처럼 산자락 풍경에 어우러진 한옥이 있습니다. 2014년, 전국 최초의 한옥도서관으로 문을 연 ‘청운문학도서관’입니다. 이곳 건물의 모태는 놀랍게도 공원 관리사무소로 사용하던 2층짜리 양옥인데요. 인왕산 자연풍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전통건축 양식으로 개조하게 됐다고 합니다.



Copyright Republic of Korea



이곳 건물의 기와는 전통 건축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지붕엔 가마에 구워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수제 기와가 사용됐으며, 담장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구역의 철거 한옥에서 가져온 기와 3,000여 장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한옥 특유의 멋을 잘 살린 청운문학도서관은 2015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Copyright Republic of Korea



청운문학도서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장서의 83%를 문학 서적으로 채웠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시 창작 교실, 문학강연 등 문학 프로그램도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전통의 향기와 문학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 북촌 여행의 출발점, ‘북촌문화센터


Copyright ⓒ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종로구 계동의 북촌 한옥마을에 뺴곡히 자리한 전통 가옥 사이에도 공공건물들이 있습니다. 그중 ‘북촌문화센터’는 북촌의 역사 및 한국 전통 주거문화를 알리는 곳으로서, 북촌 산책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은 곳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30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고 입장료가 무료라서 부담 없이 한옥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한국관광공사



등록문화재 제229호로 등록된 이곳은 일제강점기 탁지부(재무행정을 담당하던 중앙관청) 재무관을 지낸 민형기의 자택을 복원한 한옥입니다. 1900년대 이전에 지어진 북촌의 전형적 양반집 형태로서, 안채, 바깥채, 앞행랑채, 뒷행랑채, 사당 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안채는 지역 주민을 위한 사랑방 등으로 활용 중이며 뒷행랑채는 방문객을 위한 홍보전시관으로 단장했습니다. 안채 뒤에 있던 사당은 정자로 바뀌어 차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이용됩니다.



Copyright ⓒ 한국관광공사



북촌문화센터에서는 전통문화강좌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립니다. 전통문화와 고건축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북촌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행사 소식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 오감만족 전통 체험 공간,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Copyright ⓒ 구로구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서울시 최초의 한옥 도서관입니다. 2011년 한옥건축물 공모전에서 준공 부분 대상을 받은 만큼 건물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Copyright ⓒ 구로구



이곳의 열람실은 여느 도서관들과 달리 온돌방과 마루로 이뤄졌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나무 마루엔 겨울이면 난방이 작동되어 아늑한 독서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문이나 계단, 그리고 책을 읽는 공간까지 건물 내부가 모두 전통 한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요. 책장마다 걸린 양반탈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Copyright ⓒ 구로구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들은 대청과 방, 마루, 뒤뜰 등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자연스럽게 한옥의 공간구성과 친해지게 됩니다. 또한 마당에서 열리는 전통놀이대회, 세시풍속 달력 만들기 등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들을 통해 조상들의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옥으로 지어진 공공 건축물들은 시민들에게 전통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 주택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이 한옥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한옥들을 마주할 일이 있다면, 용기내 방문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복잡한 도심 속에 고즈넉이 자리한 한옥의 자태를 통해, 바쁜 일상 속 넉넉한 여유를 선물받게 될 것입니다.


럼, 화건은 다양한 건축물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볼만한 글]

▶ 일제시대 최상류층의 삶을 담아낸 근대 도시한옥, 영화 <암살> 촬영지 '백인제 가옥'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