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
건축가를 뜻하는 영단어 ‘architect’는 그리스어 ‘arch(우두머리)’와 ‘tekton(목수, 시공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즉 ‘건물을 짓는 기술자들의 우두머리’인 셈이지요. 한편, 건축가(architect)란 단어가 설계와 시공에 관한 지식을 꿰고 있는 독립적 직업을 가리키게 된 건 르네상스 시대부터 입니다. 특히 괴테와 같은 작가들은 건축가를 ‘문명의 위대한 업적을 창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 예술가’로 인식하고 이런 이미지를 널리 확산시켰다고 합니다.
이처럼 건축가는 기술자의 역할과 예술가의 면모를 함께 갖춘 직업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사용하는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인지 건축계 거장들이 남긴 말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기술자이자 예술가’로서의 통찰이 엿보이곤 합니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말, 말, 말! 오늘은 서양 건축사 속 거장들의 어록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축계 거장들의 말·말·말] 시리즈 순서 ② 동양편 |
■ 바르셀로나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다섯 살 때부터 관절염을 앓아, 유년기의 대부분을 자신의 집과 아버지의 대장간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주위의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예리한 미의식과 독특한 상상력을 됐지요. 그래서일까요? 거침없는 상상력과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그의 건축물들은 자연의 곡선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자연 친화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구엘 공원’은 굴곡이 심한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가며 치밀하게 설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주변에 있는 돌들을 그대로 재료로 사용했으며 구부정하게 자란 큰 나무가 건물 내부를 침범해도 자르지 않았습니다.
가우디에게 자연은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였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얻을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주변의 산천초목은 신이 만든 건축 그 자체로 느껴졌지요. 그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실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 그에겐 창작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선생이었죠. “내 작업실 앞에 있는 나무, 그 나무가 나의 스승이다”라는 그의 말은, 자연물 앞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겸허한 자세를 일깨워줍니다.
“모든 것이 자연이라는 한 권의 위대한 책으로부터 나온다”고 기록한 안토니 가우디. 자연이란 이름의 위대한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보세요.
▶ 스페인 건축 여행 어때요? '안토니 가우디' 다시 보기 (링크)
■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근대 건축사상의 선구자이자 근대 건축 조형의 보급자로서 많은 후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도미노 구조’, ‘인체공학적 모듈러 이론’, ‘공간 절약형 주거 건축법’ 등 현대 건축의 기본이 되는 수많은 이론이 그에게서 탄생했지요. 또한,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들은 오늘날 건축학도의 필독서로 간주되곤 합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인간을 위한 건축’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건축사에 남긴 커다란 족적은 인간 생활에 대한 사색과 고민, 진지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르 코르뷔지에는 건물이 그저 멋진 장식품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편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신념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집은 인간이 살기 위한 기계”란 문장입니다.
이 말은 곧, 집은 인간에게 쾌적함을 제공하기 위해 빈틈없이 작동하는 기계의 역할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집에 맞춰 생활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집이 사람의 삶을 가장 윤택하게 빛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인간을 위한 건축’을 행했던 그의 정신은 집에 대한 개념, 건축에 대한 관념, 근대건축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는 곧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사유가 없으면 건축도 없다.”라는 르 코르뷔지에의 말을 떠올리며 그의 대표작을 감상해 보시겠어요? 이용자의 편리를 배려한 꼼꼼한 의도와 치밀한 설계가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BEST 3! (링크)
■ 자연을 사랑한 건축치료사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그의 일생은 환경보호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훈데르트바서’란 이름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란 뜻이 담겨 있는데요. 그 스스로 직접 개명한 이름이란 점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 대부분은 부드러운 곡선과 화사한 색감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자연친화적입니다. 작품들만 보아선 마냥 밝고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그의 유년사는 되려 처참했습니다. 유대인이란 이유로 강제 이주되는가 하면, 나치에 의해 친척 69명이 몰살되기도 했지요. 이토록 잔혹한 과거사는 훈데르트바서로 하여금 일생에 거쳐 평화를 부르짖게 하였습니다. 끔찍한 시대의 증언자로서 자신의 고통을 예술 정신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던 환경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다. 예의를 갖추자.”란 문구를 ‘노아의 방주’란 그림에 적어 워싱턴 환경교육센터에 기부하는가 하면, 식물을 이용한 정화 시스템도 개발했지요. 누군가는 그를 이상주의자라 칭하기도 했지만, 그는 언젠가 사람들이 ‘자연의 힘’을 깨닫고 황폐해진 현대사회를 살릴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꾼다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란 말이 이러한 신념을 보여주지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건축물, 어린아이의 상상처럼 자유롭고 환상적인 그림들…. "“나는 이 지구상에 파라다이스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훈데르트바서의 작품들은 평화로운 지상낙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상낙원은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거겠죠. 그가 그려낸 유토피아를 좀 더 엿보고 싶다면, 201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리뷰를 클릭해 보시겠어요?
▶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유토피아를 꿈꾼 건축가 훈데르트바서 @세종문화회관 (링크)
■ 현대 건축사의 살아있는 전설 ‘프랭크 게리’
캐나다 출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으로서 198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사슬을 꼬아 만든 울타리, 물결 모양의 금속 등 창의적인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로 명성을 얻었는데요. 건축과 조각 사이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조형물로서의 건축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프랭크 게리는 “내 직관, 내 마음 속의 어린아이를 믿는 법을 배우느라 고생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논리보다 직관을 선호하는 유형의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논리를 따지기보단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굳게 믿고 실천한 덕분일까요? 그의 대표작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개성을 여과 없이 뽐내곤 합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비행기를 만들 때나 쓰이던 티타늄을 외관에 적용하여 드라마틱한 건축미를 구현했으며,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스테인리스 스틸 외관으로 장미꽃을 형상화하여 LA의 명물로 떠올랐지요.
하지만 그의 명성은 단지 독특한 건물 외형 때문에 만들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의 쇠락 도시 빌바오의 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한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으며,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엔 연주자와 청중을 세심히 배려한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어떻게 이 공간을 사람들에게 친밀한 공간으로 만들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결과물인 것입니다. 그는 ‘관객이 극 속으로 빠져들면 배우들도 관객을 느낄 수 있듯, 건축가도 공간을 디자인할 때 그곳을 이용할 사람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그에게 있어 “건축의 출발도 도달점도 사람”인 것입니다.
마음 속 어린이의 직관에 따라 설계한 건축물, 동시에 그 출발과 도달점에 ‘사람’을 둔 건축물…. 이렇게 지어진 작품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프랭크게리의 대표작 ‘구겐하임 미술관’과 ‘월트디즈니 콘서트 홀’을 아래 포스팅에서 만나보세요.
▶건축의 힘으로 재탄생한 도시, 스페인 빌바오와 도시재생 이야기
■ 건축의 시인 ‘알바로 시자’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는 1992년 프리츠커상에 이어 200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양 파빌리온’, ‘아모레퍼시픽 기술 연구원’,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을 설계하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지요. “내가 건축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명료성과 단순함이다.”라고 말한 건축가답게 그의 건축물 대부분은 고요하고 단순한 외관을 지닙니다.
또한, 그의 건축물들은 주변 지형과 잘 어우러지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 고요한 어울림이 마치 한 폭의 시(詩)와 같은 공간미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건축의 시인’이란 별명도 탄생했지요.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지형과 자연의 빛을 자유자재로 다룬 까닭에,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표현적’이란 평가를 받곤 합니다.
한편, 알바로 시자는 ‘변형’이란 단어를 즐겨 말한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변형’은 건축 부지의 부족한 요소를 파악한 뒤 건물과 자연환경, 인공적 요소와 자연적 특성을 함께 연결하는 작업을 의미하지요. 그는 “건축가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재를 변형할 뿐입니다.”란 말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알바로 시자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그 건물이 인공적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풍경의 일부였던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산비탈과 콘크리트 벽을, 바윗덩이와 지붕을, 석양빛과 창문을 섬세하게 조합한 그의 손길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건축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분명한 점은 그 땅에 이미 있는 것, 지금까지 거쳐온 이야기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즉, 건물이 들어서도 그 장소의 기억과 흔적, 맥락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장소와 풍경의 일부가 된 건축물들을 아래 링크에서 감상해보세요.
▶한 편의 시와 같은 건축물 - '알바로 시자'의 건축이야기(링크)
지금까지 서양 건축가 5인의 어록을 통해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봤습니다. 단지 유명 건물을 지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들을 ‘거장’이라 칭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럼, 동양 건축가를 다룬 제 ②편도 기대해주세요. 한화건설은 다음에도 유익한 이야기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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