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하 하디드(출처: http://www.bestinteriordesigners.eu/)
도시에 상상력을 남기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야기
자하 하디드(Zaha Hadid)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2004)을 비롯하여 유럽연합 현대 건축가상(2003), 토머스 제퍼슨 메달(2007), 영국건축협회 로열 골드 메달(2016)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2016년 3월 DDP를 마지막 유작으로 남기고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는데요. 우리에게 DDP를 설계한 건축가로 잘 알려진 자하 하디드, 그녀의 다양한 건축물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화건설 블로그에서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도시를 수 놓은 그녀의 건축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돌로 된 번개 #비트라 소방서
▲ 비트라 소방서(출처: http://www.archdaily.com/)
독일 바일에 있는 가구 공장 비트라(Vitra)에는 자하 하디드의 첫 번째 독립 건축물인 비트라 소방서가 있습니다. 그녀는 1920년 러시아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아 독창적이며,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비용이나 시공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디자인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종이 건축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런 그녀가 비트라의 회장 롤프 펠바움을 만나, 비트라 소방서를 지으면서 스타 건축가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사선을 이용해 공간의 생동감을 불어넣은 비트라 소방서(출처: http://www.archdaily.com/)
콘크리트와 유리를 주재료로 지어진 비트라 소방서는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조각품에 가까워 보입니다. 돌로 된 번개라는 별명처럼 벽에는 예리하게 깎여진 날개가 달려있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비대칭 구조로 설계된 소방서는 한쪽 끝이 높은 지붕으로 되어 있어 소방차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2층 구조로 된 반대쪽은 소방관 숙소와 지붕 테라스로 이용되었습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직선이 없는 반면, 초기 작품인 이 소방서는 직선과 사선을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강가의 조약돌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전경(출처: http://www.huftonandcrow.com/)
중국 광저우 중심인 CBD 메인에 위치하고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세계 10대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자하 하디드의 독창적인 설계와 세계 최고의 음향 설계 전문가 해럴드 마샬 박사의 음향학 시스템의 완벽한 조화로 전 세계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는 1,8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물이 흐르듯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를 보고 있으면 동대문에 있는 DDP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들어가는 통로의 모습이나 미래지향적인 외관들이 많이 닮아있습니다.
▲ 벽과 천창의 경계를 허물은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출처: http://www.huftonandcrow.com/)
자하 하디드는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를 강에서 둥글게 마모된 자갈을 컨셉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면 2개의 조약돌이 강가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웅장한 규모로 차가워 보일 수 있는 건물에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했는데요.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의 경계를 허물어 바닥이 벽이 되고, 벽이 천장이 되는 등의 유기적인 디자인을 통해 동선을 따라 시선의 확장을 연출하였습니다. 특히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이 잘 반영된 오페라하우스의 내부는 물결이 치는 듯한 역동적인 공간의 미학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도시에 밀려온 파도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출처: https://en.wikipedia.org/)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 가면 딱딱하고 획일적인 사각 건물들 사이로 부드러운 유선형을 자랑하는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Heydar Aliyev Center)가 눈에 들어옵니다. 2013년 12월에 개관한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는 아제르바이잔의 밝은 미래를 향한 활기찬 꿈을 표현했는데요, 마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자연스럽게 도시 한 가운데 안착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높게 치솟은 파도부터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까지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한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 유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곡선을 사용한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출처: http://www.archdaily.com/)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 예술로 평가받고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에 들어서면 자하 하디드의 예술 세계를 접할 수 있는데요. 유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곡선을 사용하여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높으면서도 비대칭 구조의 천장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미래의 세계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듭니다. 또한 동선을 따라 휘어지듯 연결된 곡선의 벽은 천장과의 경계를 허물어 그 곳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타날 공간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남성적인 차가운 건축에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하여 여성스러움을 표현한 자하 하디드!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직선으로 평평하게 이뤄지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건축에서도 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는데요, 이런 그녀의 생각과 독창성이 결합되어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들이 탄생하였습니다. 아쉽게도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 곁에서 그녀를 기억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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