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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2017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국형걸 이화여대 교수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2017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를 연속으로 만나고 있는데 오늘은 두 번째 주인공으로 국형걸 이화여대 교수를 만나 보았습니다. 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 대표이기도 한 국형걸 교수는 일상의 재료를 선택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건축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실험성 강한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7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국형걸 이화여대 교© Kyungsub Shin



국형걸 건축가는

현재 미국건축사(AIA)이고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뉴욕의 와이스/맨프레디 아키텍츠에서 건축디자이너로서 일하며 실무를 쌓았습니다. 2012년부터 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며 다양한 스케일의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마미술관 야외프로젝트 S공모 당선(2015),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최종후보(2015),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2016), 도봉구청사 증축공사 현상설계 당선(2017) 등 다수의 전시 및 공모, 다양한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7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습니다.

www.hg-architecture.com, 02-2039-0533

 


Q1. 2017 젊은 건축가상 심사평을 보면 논리를 만들고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통해 통합적으로 완결해나가는 것이 돋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재료가 가진 특성은 다루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와 형태,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범하고 볼품없는 재료일지라도 특유의 질감과 속성들은 개성있는 재료로 재탄생됩니다. 저는 건축에서 흔히 쓰이지 않던 재료들에 관심을 두고 재료의 활용방식을 달리해 흥미로운 공간을 제시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과거 프로젝트에서는 짚풀, 나무막대, 플라스틱 팔레트 등을 건축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Q2. 짚풀, 플라스틱 팔레트 등 건축 재료로 매우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건축은 이래야 된다는 당위성보다는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중시합니다. 같은 재료라도 기존의 방식대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재료가 말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데 특히 건축 재료의 엮는 방식이나 패턴을 짜내는 구축방식에 의미를 두는 편입니다.


또아리망(Ddoarimang), 2015. MMCA YAP(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최종 후보작

(사진 출처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 홈페이지)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공모전에서 최종후보에 올랐던 '또아리망(Ddoarimang)'이라는 작품은 짚풀이라는 재료가 모티브입니다. 짚풀로 만든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또아리가 엮이면서 거대한 망을 형성하는 작품입니다. 짚풀은 얇지만 모이면 강점을 갖는 재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짚풀 인간문화재 장인을 만나 협업을 논의했고, 궁극적으로 전통 수공예기술과 첨단 건축 패브리케이션 기술의 조합을 통해 전통과 미래의 융합, 지방과 도시의 만남을 계획했었습니다.

 

Q3. ‘파트 투 홀(Part to Whole)’의 나무막대 역시도 인상적입니다.

파트 투 홀2014년 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주 재료는 각목이었습니다. 각목이 가진 기본적인 직선의 각을 지켜주면서 묘미를 살릴 수 있는 구축방식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길고 짧은 직선의 나무막대가 모여서 곡선을 만들고 곡선을 따라 움직이는 원들의 집합은 아치를 이루며 연속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개별요소들이 엮어내는 규칙적 흐름을 공간에 펼쳐낸 작업이었습니다. 단순 쌓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정확히 모듈화된 각재가 얽히고 쌓이면서 구축된 구조물로 이는 한국 전통 건축의 공포, 처마 등에서 드러나는 목조 건축의 구축 원리이기도 합니다.

  

파트 투 홀(Part to Whole), 2014. © Kyungsub Shin

 

Q4.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직접 깍고 붙이고 만들 수 있는 게 좋아서 건축을 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분야입니다. 만지고 느끼고 볼 수 있고 손에 잡히는 등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 건축의 매력이죠. 사실 저는 만들어지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건축 외에도 가구, 조명 등도 디자인고 있습니다. 오늘날 건축의 역할이 점점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가의 영역은 단지 건축 디자인에만 제한되지 않고, 산업 디자인, 가구 디자인, 도시 디자인 등으로 확장되며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Q5.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후 뉴욕의 건축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셨는데 당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건축사무소에서 공원시설과 파빌리온 프로젝트, 방문자센터 등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 수많은 현상설계 및 공모전에 참여하여 디자인 실무를 익혔습니다. 당시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자인 툴 활용에 능숙해 파워 블로거로 활동했습니다.

 

Q6. 블로거 활동이 흥미롭습니다.

라이노라는 프로그램, 특히 라이노 플러그인 프로그램인 글래스호퍼가 출시되자마자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글래스호퍼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모델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죠. 글래스호퍼 프로그램과 기하학, 패브리케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서 다양한 기하학적 디자인을 연구했고 이를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블로그가 상당한 인기와 인지도를 얻게 되면서 해당 프로그램(라이노)사에서 연락이 와 뉴욕에서 디자인 워크숍을 열기도 했습니다. 유럽 아티스트들로부터 프로젝트 제안도 많았습니다. 블로그 활동이 촉매가 되어 독립적인 건축 일을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북부의 랑스 지방에서 저의 첫 프로젝트인 ‘La Fabrique Sonore’(2011)도 할 수 있었습니다.


La Fabrique Sonore(Pommery#9), 2011. © Ali Momeni


Q7. 설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건축을 만드는 데는 개념, 장소, 프로그램, 공간도 중요하지만, 기술, 재료, 구조, 자본 등 현실적인 요소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자의 요소들은 '무엇(what)'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면, 후자의 요소들은 '어떻게(how)'의 요소에 초점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무엇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그림이나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구축되고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렇게 될 때 건축가는 디자인의 구상부터 제작까지 이를 직접적으로 보다 더 관여할 수 있고, 더 이상적인 건축을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그렇게 될 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으며, 건축가 스스로도 더 발전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Q8.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프로젝트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죠. 시행착오 또한 저에게는 새로운 점들을 배울 수 있는 성장의 기회로 생각합니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되어줍니다. 예를 들어 목재에서 경험한 것을 가지고 철재를 봤을 때 그 전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거기서 얻은 것을 통해서 새로운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프로젝트마다의 어려운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던 사례는 ‘Part to Whole’, ‘Dynamic Relaxation’, ‘Interlaced Folding’, ‘Solar Pine’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들도 부족함이 많고 저에게는 다음 단계를 위한 학습의 과정입니다. 경험에 의한 배움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Dynamic Relaxation, 2015. © Kyungsub Shin

 

Q9. ‘솔라 파인(Solar Pine)’은 이름처럼 솔방울처럼 생긴 모양이 특징적입니다. 어떤 프로젝트였습니까?

솔라 파인은 포스코, 포스코A&C와 협업한 프로젝트로 태양광 발전, 파고라(정자) 쉼터와 벤치의 기능을 더한 조형물입니다. 공공 오브제일 뿐 아니라 친환경 건축물이며 또 동시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춘, 양산을 위한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되고 디자인된 프로토타입입니다. 직경 7.2m의 상부 원형구조에 태양광 모듈 54개가 설치되어 있고 내부에 실시간으로 발전량이 표시됩니다. 낮에 상부 지붕에서 모은 전기는 벤치에 내장된 충전지에 저장되어 야간에 공원의 경관조명을 위한 전기를 제공합니다


솔방울의 기하학적 패턴과 형상에서 시작되어 첨단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통하여 하나의 자연적 생명체로써의 휴게공간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전체 구조물은 크게 기하학적 패턴의 지붕 구조와 이를 받치는 파이프 구조, 그리고 이들의 연결로 구성됩니다. 지붕 구조물은 태양광 패널 장착과 전기 배선을 고려하여 계획된 쉘 구조의 조립식 모듈 시스템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받치는 파이프 구조는 나무 넝쿨과 같이 서로 엮이며 지탱하는 방식으로 수직부재 없이 2차원 아크로써 3차원 구조체를 구현했습니다.

  

▲솔라 파인(Solar Pine), 2016. © Kyungsub Shin

 

Q10. 도반호텔펜션인 인터레이스드 폴딩(Interlaced Folding)’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외관이 개성 있는 건축물입니다.

인터레이스드 폴딩은 도심을 떠나 하루 이틀 머무는 산 속 펜션으로, 양평 남한강 변 백병봉 산중턱에 위치합니다. 주변 사방이 백병봉에서 이어진 능선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습니다. 대지 주변은 새로 개발중인 부지로 5~6m 높이의 단을 이루며 올라갑니다. 따라서 멀리 조망하는 망루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되 지형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테라스식 경사를 활용하여 대지가 계획되었습니다. 내부 공간 역시 외부 대지의 흐름을 그대로 끌고 들어와 테라스 식으로 흘러 내려가며 플로어 단차로써 기능적 공간이 구분됩니다. 


각 유닛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 내에 서로 다른 공간적 깊이감을 제공합니다각 유닛이 하나의 망원경처럼 양평시내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산속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건축주가 직접 거주하며 활발히 영업 중에 있습니다.

 

▲인터레이스드 폴딩(Interlaced Folding), 2016. © Kyungsub Shin

 

Q11.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 중이신데 공공 건축에 대한 고민과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한 국가의 건축문화의 수준은 공공건축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의 도시인프라 시설, 관공서 건물, 공중화장실 등 일상적인 도시공간의 대부분이 공공건축입니다. , 상류문화나 예술적 작품이 아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법한 일상의 보편적 공간에서 건축문화가 나타납니다. 저는 이러한 공공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건축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는 물론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일상의 건축은 일상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듯, 건축주가 되는 공무원, 이용자인 시민, 이를 만드는 시공사, 그리고 건축가가 함께 좋은 건축공간을 위해 노력할 때 공공의 건축문화 수준이 올라갈 수 있고, 공공건축의 질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저는 건축가로서 이러한 방향에 동참하여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HOLLOWED PACKING : 비워내는 채움, 도봉구청사 증축 현상설계공모 당선작, 2017. (사진 출처: 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 홈페이지)

 

Q12. 건축은 흥행(상업성)과 예술성 앞에서 민감합니다. 젊은 건축가로서 본인이 추구하는 건축적 가치는 무엇입니까

공간, 재료, 형태, 대지, 그리고 인간을 통합하는 건축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또한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경험성과 장소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고려하면서 공간 설치물에서부터 건물, 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활용한 실험적 디자인 연구를 통해, 그리고 공간과 구조에 대한 실험 과정을 통해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조용한 혁신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Q13.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건축 프로젝트가 있다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굳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고른다면, 건축이 건축 디자인으로써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미술관 혹은 공연장, 전시장, 다양한 상업시설 등 도시의 공공 공간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감흥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해보고 싶습니다.


건축가로서 아직은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봅니다. 이제 걸을 줄 아는 정도이고, 앞으로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봅니다. 기존에 해오던 작고 다양한 작업들도 하나하나가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일의 스케일과 질을 높여가는 단계로 준비해 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도 어떠한 일을 맡아도 건축가로서의 제 정체성을 갖고 일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건축가가 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거창한 계획은 없어도 그렇게 주어진 현실에 집중해가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Screening Space, 강남역 고운미소치과, 2017. © Kyungsub Shin

 

오늘 만난 국형걸 건축가는 소재와 형식의 새로운 시도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입니다. 그는 재료의 물성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개성 강한 건축적 요소로 활용합니다. 또한 기하학, 디지털 디지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공간을 연출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내 디자인, 가구, 조명,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디자인합니다. 문제의식과 실험성으로 다양한 건축적 경험을 축적해가는 그의 건축 행보가 기대됩니다.


한화건설은 실험적이고 창의적 디자인으로 감동 있는 공간을 완성해가는 건축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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