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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석유에서 문화로! 역사를 포용한 도시재생 '마포 문화비축기지'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창고가 콘서트홀로, 발전소가 미술관으로, 감옥이 호텔로 변신하는 등 버려진 산업용 건물들이 창조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흥미롭습니다. 화력발전소에서 미술관이 된 영국 런던의테이트 모던 미술관’, 가스공장에서 주거와 문화의 복합시설로 재탄생한 오스트리아 빈의가소메터시티, 탄약 공장에서 박물관이 된 독일 카를스루에의미디어아트센터는 산업용 건물이 원형을 유지한 채 문화예술을 담은 창조적 공간으로 얼마나 훌륭하게 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9, 상암월드컵 주경기장 옆에 유휴지로 있던 옛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공연장, 커뮤니티 센터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핫플레이스는 문화비축기지입니다.





1978-2017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지기로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40여 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1973년 중동전쟁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는 석유 파동을 겪게 됩니다. 1차 오일 쇼크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되자 서울에 석유를 비축할 공간을 만들기로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1978년 마포 매봉산 부근 14 부지(축구장 22개 크기)에 탱크 5개와 기타 부속시설이 들어 섰습니다. 5개의 탱크에는 가솔린, 디젤, 벙커시유 등의 석유가 채워졌습니다. 유류량은 약 6 9백만 여 리터로 당시 서울 시민의 한 달 사용량이었습니다. 이후 석유비축기지는 22년간 1급 보안시설로 철저한 보안 속에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1996, 2002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고 월드컵경기장 부지로 석유비축기지에서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터가 확정됩니다. 결국 1999년 안전상의 이유로 기지 이전이 결정되었고 이듬해인 2000, 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됩니다.


석유비축기지의 옛 모습. (사진 출처 : 서울시 사진기록화사업 2015)


이후 기지는 10년 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됩니다. 그러다 2013년 서울시는 시민 아이디어 공모와 토론회를 거쳐 탱크를 비롯한 기지 전체를 친환경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기로 결정합니다. 탱크 1개는 석유비축기지 시절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나머지 4개의 탱크는 해체해 문화공간, 커뮤니티 센터, 문화마당으로 재활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말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이 착공되었고 올해 9 1, 문화비축기지로 개방되었습니다. 전쟁, 석유 파동을 대비해 석유를 비축하던 곳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휴식공간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문화비축기지를 설계한 건축가의 스케치




■낡은 산업유산이 도시재생 아이콘으로

 

▲문화비축기지 전경. (사진 출처 : http://love.seoul.go.kr)


문화비축기지는 넓은 문화마당을 5개의 탱크가 둘러 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곳이 의미있는 것은 석유비축기지 시절의 기존 자원들을 재활용한재생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높이 15m, 지름 15~38m의 기존 유류저장 탱크 5개 중 4개는 공연장과 강의실, 문화비축기지의 과거와 미래를 기록하는 이야기관 등으로 변신했습니다. 탱크 1개는 기존 탱크들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재활용했습니다. 석유 저장 탱크에 사용된 철판은 공연장의 안전 손잡이로, 현장에서 얻은 돌은 계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탱크들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외관에 부착한 커뮤니티센터.


또한 문화비축기지는 중수처리시설, 빗물저류조를 거친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해 화장실 용수, 조경 용수로 활용합니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합니다. 옹벽에 뿌리를 내린 오동나무, 매봉산 천연 암반, 석유비축기지 시절 콘크리트 옹벽 등을 그대로 살려 친환경적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럼 문화비축기지 공간을 구석구석 탐색해보겠습니다.

 


T0 문화마당

 


문화비축기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넓은 광장입니다원리 임시 주차장이었던 곳으로 주말이면 시민 시장축제공연 등이 열립니다.



T1 파빌리온

 

(사진 출처 : : http://love.seoul.go.kr)


석유비축기지 시설 휘발유를 보관했던 가장 작은 탱크였습니다. 탱크 해체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 안에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새로 만들어 전시, 워크숍 등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T2 공연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탱크의 상부로 이어집니다. 원형극장 형태로 매봉산 암반 지형을 살린 야외공연장입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야외공간을 휴게쉼터로 이용됩니다.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종종 사용된다고 하니 뜻밖에 연예인을 만나볼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T3 탱크원형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한 역사적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5개 탱크 가운데 유일하게 유류저장탱크 원형 그대로 보조되어 있습니다. 탱크 크기는 직경 40m, 높이 15m로 땅 속에 묻힌 탱크까지는 좁은 철제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T4 복합 문화공간

 


15m 높이의 기존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린 공간입니다. 탱크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대한 통 안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시와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T5 이야기관


  

▲T5 이야기관 입구(위)와 석유비축기지 당시 근무했던 석유개발공사 직원들의 물품과 기억들.

 

1973 1차 석유파동 때부터 2017년 문화비축기지로 바뀌기까지 기지의 지난 40여 년의 역사가 타임라인별로 전시된 곳입니다. 석유비축기지 당시 근무했던 석유개발공사 직원들의 사원증, 작업복은 물론 문화비축기지로의 변신을 위한 설계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기존 탱크를 재활용했기에 탱크의 안과 밖, 콘크리트 옹벽, 암반과 절개지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T6 커뮤니티센터


  

▲T6 커뮤니티센터 내 까페와 아카이빙 공간에서 열린 전시.

 

1, 2번 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외관에 부착한 건축물입니다. 운영사무실, 창의랩,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사용됩니다. 1층에서 2층에서 이어지는 경사로는 전시, 아카이빙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문화비축기지 속 또 다른 매력


문화비축기지에는 뜻밖의 매력적인 볼거리, 즐길거리들이 있습니다. 먼저 기지 입구에 보이는 컨테이너 건물은 마포사외적경제공동작업장입니다. 공정무역 상점 희망키움샵과 마포 마을 카페 네트워크 마카롱의 공정무역 커피숍 등이 입점하고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매봉산 산책로를 추천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탱크가 매설된 기지 전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월드컵경기장과 마포구 일대까지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까지는 T5 우측의 산으로 난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T0(문화마당)에서는 이따금 장이 섭니다. 바로 달시장마르쉐@’입니다. 달시장은 2011년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시작된 친환경 마을장터로 달이 뜰 즈음 열려 달시장입니다.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열리며 문화비축기지에서는 12월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립니다.


마르쉐@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함께하는 도시형 농부시장입니다. 2012년 혜화동에서 시작된 마르쉐@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지역민들과 새로운 시장 문화를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올해 문화비축기지에서의 마르쉐 시장은 11 18, 12 16일 두 차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섭니다.


  

▲마르쉐@문화비축기지


한때 외부 접근이 제한된 보안시설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 문화비축기지. 쓸모 없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철거하지 않고 창조적 공간으로 거듭난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는 낡은 산업유산이 도시재생을 통해 얼마나 훌륭하게 변신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한화건설은 새로운 가능성과 상징성이 가득한 핫플레이스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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