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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건축사진가가 들려주는 건축사진 이야기 – 김재경 건축사진가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때론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느끼게 때가 있습니다. 건축 사진이 그렇습니다. 건축가의 설명보다 건축사진가가 찍은 사진 장이 닿는 것이죠. 건축 사진가가 빛과 앵글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건축물은 천의 얼굴을 띕니다. 우리나라 2세대 건축사진가 김재경 사진가를 만나 건축 사진의 세계를 들어봤습니다 

 

 

 

김재경 건축사진가

 

대한민국 2세대 건축사진가의 선임 격인 김재경은 1980년대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며 사진에 대한 열망을 품었다. 이후 건축 잡지 <플러스>에서 건축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월간 건축인(POAR)이 선정한 한국 건축 드림팀 11, 2003년 한미문화예술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1994<건축 사진> 시작으로 <자연과 건축>, <Mute>, <Mute2:봉인된 시간>, <시간의 더께>까지 많은 전시회를 열며 자신만의 온기 있는 건축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건축사진가 김재경의 현장 노트>, <셧 클락 건축을 품다>, 공저 <건축도시기행>도 집필했다. 현재 그는 건축 잡지 <와이드 AR> 공동편집인 겸 사진총괄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Q. 건축 사진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건축사진가로 활동한지 벌써 30여 년이 되어가네요. 1980년대 초, 군대를 제대한 뒤 사진 현상소 수동기사로 일하면서 처음 사진을 접했습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유명 건축사무소가 단골손님이었고 이들이 의뢰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건축 사진에 조금씩 관심을 가졌죠. 현상소에 도둑이 들어 모든 장비를 잃어버리면서 자연스레 퇴사를 했어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건축 잡지 <플러스>의 공채 사진기자로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 사진을 찍게 됐습니다.  

 

 

 

 

 

 

김재경 사진가의 촬영 장비들

 

 

Q. 건축 사진 촬영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일이에요. 전경 사진을 찍기 위해 드론을 띄우려고 풀숲으로 들어갔어요. 여기가 좋겠다 싶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물속에 그만 풍덩 빠졌죠(웃음). 개구리밥이 둥둥 떠다니는 곳이었는데 환한 빛에 반사된 모습을 그냥 바닥인 줄 착각했던 거죠. 물이 꽤 깊어 정말 당황했어요.

 

 

 

 

 

 

 

 

 

Q. 김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 사진이란 무엇입니까?

A. 건축 사진은 건물을 소개하는 보도의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이 건축가의 주문을 받고 촬영하는 만큼 건축물에 담은 건축가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다만 이러한 관계로 건축사진가가 건축물을 웅장하고 멋지게만 보이도록 왜곡해 촬영할 수 있는 만큼 이점을 잘 인식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건물 주변의 이야기, 건물 이면의 이야기까지 담아낸 사진을 좋은 건축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건물은 그 주변과 결코 무관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마냥 멋진 건물 사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아닌 건축사진가로서 일의 속성이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어떤 건축 사진을 만들어낼 것인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사진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김재경 작가가 펴낸 <셧 클락 건축을 품다>

 

 

잠실 아파트 단지

 

 

 

DDP-093 (동대문디자인플라자/Zaha Hadid)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Zaha Hadid)

 

 

안암동 주택 (정상철 건축가)

 

 

운중동 주택 (김승회 건축가)

 

남해 사우스케이프 (조병수, 조민석 건축가)

 

눈먼고래-33(Z-Lab)

 

 

현대 어린이책미술관 (김찬중)

 

 

무주 등나무 공설운동장 (정기용)

 

 

 

Q. 건축 사진이 다른 사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건축 사진은 패션 사진, 제품 사진과 달리 상업적인 성격이 약해 순수 사진과 상업 사진 그 중간에 있어요. 건축 사진이 특별하다기보다 건축이라는 것이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건축 사진을 볼 때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 정보 외에도 건물 주변 풍경, 그 이면까지 들여다본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죠.

 

 

 

한남동 2008

 

 

 

서계동 2008

 

 

Q. 그동안 많은 건축 사진을 촬영하셨는데,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저도, 건축가도 좋아한 당진의 돌마루공소(건축가 승효상)입니다. 당진의 작은 마을에 세워진 성당이에요. 공소는 신부님이 상주하지 않는 작은 성당을 말하는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소박한 성당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된 것 같아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보통 컬러로 촬영하는 것과 달리 흑백으로 촬영했는데,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돌마루공소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때마침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이 공소를 감싸 안은 듯한 모습이 공소의 소박함을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돌마루공소를 동행 취재한 기자가 수년 전 세상을 떠났는데, 그 기자를 떠올리게 해서 인지 더 가슴에 남은 작품입니다.

 

 

 

당진 돌마루공소 내부 (승효상)

 

 

당진 돌마루공소 외부 전경 (승효상)

 

 

Q. 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보통 건축물은 삶의 터전 즉 생활공간에 위치해 완벽한 통제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잘 모른다는 거죠. 석양을 배경으로 건물을 촬영하고 싶은데 생각지도 못하게 유동 인구가 많아졌다던지손 쓸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물론 건축가의 도움으로 사전 통제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벌과 벌레가 떼로 날아와 촬영하기 난감했던 때가 떠오르네요(웃음).

 

 

 

취재진과 함께 인근 출사에 나선 김재경 사진가

 

 

Q. 건축사진가를 꿈꾸는 분들께 조언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30년 전 제가 일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건축사진가로서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건축사진가를 찾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진입이 참 힘든 분야죠.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건축설계 사무실 건축가 등과 자리를 만들어 사진 찍을 기회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그랬어요. 건축 잡지사를 나와 독립할 즈음인데 포트폴리오를 들고서 무작정 건축 사무실을 찾아가 작업할 기회를 달라고 했죠. 그리고 어느 날 건축가에게 연락이 왔어요. 1993년이었는데 대전엑스포에 있는 EXPO 평화우정관을 촬영하라는 주문이었어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작업했습니다(웃음). 물론 그 이후에도 인연은 계속되었고요. 더불어 한 마디 덧붙이면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진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건축물을 보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Q. 2018년 새롭게 계획하신 일들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축 사진이 단순한 건물 사진이 아니라 저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금도 건축 잡지 <와이드 AR>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고마운 일이지요. 창간부터 여전히 <와이드 AR>이 텍스트 중심의 건축 저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건축 사진을 통해서도 저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오늘은 김재경 사진가를 만나 건축 사진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30년 동안 오롯이 건축과 시대를 렌즈에 담아 기록해 온 김재경 사진가로부터 전문가의 연륜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그의 카메라를 거쳐 세상에 드러나게 될 건축의 세계가 더 기대됩니다.

 

한화건설은 더 다양한 건축 분야 전문가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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