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색상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색은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같은 제품인데도 인기색상이 조기에 품절되는 현상이 대표적인데요. 그만큼 색채 디자인의 중요성은 전 산업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축물 역시 다르지 않은데요. 건축물의 용도와 목적에 적합한 색채를 선정하고 조합, 설계해 건축물의 기능은 물론 사용자의 심리적, 정서적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색채 디자이너로도 불리는 컬러리스트인데요.
한화건설이 건축 환경색채 디자인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험과 역량을 자랑하는 국내 1세대 컬러리스트, 이화여대 최경실 교수를 만나고 왔습니다.
최경실 교수는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에서 실내 건축과 색채 디자인을 수학했다. 1995년부터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공간디자인학과 동 대학원 색채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실내디자인, 색채디자인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학부장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한국색채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2년 간 활동했으며, 서울특별시 도시디자인 자문 및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자체평가위원, 한국철도시설공단 디자인 자문위원, 서울메트로 디자인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여수세계박람회 총감독단 색채자문으로 대통령 표창을, 혁신도시 색채디자인계획 연구로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Q) 색채 디자인과 컬러리스트란 분야가 아직 생소한데요. 색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색채 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맞춰 적절한 색상, 명도, 채도를 선택해 구성하는 일입니다.
일반인들이 이 분야에 대해 생소해 하는 게 당연해요.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에 색채가 늘 함께 하기 때문이에요. 색채가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죠. 한편으로는 국내에선 색채 디자인을 아주 깊게 검토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크고요.
Q) 컬러리스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색채는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 하지만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가령 외출을 위해 옷을 입을 때만 해도 ‘내가 지금 옷 색상을 잘 매치해 입었나?’, 머리 염색을 할 때는 ‘나한테 어울리는 색이 이게 맞나?’ 식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색채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고 살아요.
개인의 일상도 이러한데 색채를 결정하는 기업활동은 더 정확하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죠. 대표적인 게 바로 ‘유행색’인데요. 다른 말로 색채 예측정보에요. 유행색을 알면 색채를 통해 산업계 동향을 미리 주도할 수 있어요.
색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분석하고 계획하고, 검증, 평가해 신뢰성 높은 정보로 만드는 직업이 바로 컬러리스트, 색채 디자이너에요.
Q) 건축 분야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색채 디자인이 적용되나요?
건축물처럼 고정적인 대상에 적용하는 환경색채 디자인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장기적이에요. 볼펜이나 안경은 맘에 안 들면 안 쓰면 그만이지만 건축물은 그렇지 않거든요. 때문에 인간이 좀더 편안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색으로 더 세심하게 디자인해야 하죠.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 하지만 아파트 입구에 서면 동시에 보여지는 색이 최소 100개가 넘어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느껴지게 색채를 구성해야 해요. 사실 ‘편안하다’는 말은 ‘아름답다’, ‘고급스럽다’는 말과 같다고 봐도 되거든요.
Q) 가장 애착을 갖고 계신 건축 색채 디자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 상암 SBS 프리즘 타워
최근 몇 년 간은 도심 첨단빌딩 색채디자인 프로젝트는 다수 진행했어요. 그 중에서도 상암 미디어시티에 있는 ‘SBS 프리즘 타워’를 꼽고 싶네요.
이 프로젝트는 골조공사가 끝나자마자 색채 디자인 작업을 시작해 건축가와 협업하며 진행했어요. 모든 외장재와 내장재, 가구, 걸레받이와 천정, 벽, 프레임의 색상까지도 세밀하게 설계했어요.
특히 유리 내·외장재는 설계에서 결정된 스펙 내에서 건물에 가장 적절한 색상의 외장재를 지정했어요. 색상부터 반사율, 투과율까지 세심하게 고려했죠. 이런 디테일한 색채 디자인 덕분에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공간까지도 굉장히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건물로 완공할 수 있었어요.
Q) 국내 아파트 색채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불과 10년 전의 아파트 색채를 떠올려보면 지금과 많이 달라요. 주차장 바닥 색이 대표적이에요. 주차장 바닥은 과거에 우레탄 재질에 채도가 굉장히 높은 녹색이었는데 제가 밝은 회색으로 바꿨어요. 배경색 채도를 낮춰서 사람들이 더 돋보이게 하고 무섭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죠. 조명 효율도 높아요. 반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같은 전등을 써도 굉장히 화사해지죠. 덜 무섭고요.
▲ 갤러리아포레 환경색채계획
Q) 최근 아파트 색채 디자인 분야의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큰 틀에서는 인간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으로서 기능하는 색채 디자인으로 가는 추세에요. 쉽게 말하면 단지 전체가 인간을 중심에 놓고 배경기능을 강화하는 거죠.
단지 내 자연과 주요 사인물 같은 보여야 할 요소는 정확히 보이면서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색상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최근 아파트 단지 주조색 트렌드는 밝은 베이지 색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어요. 베이지 색은 사계절 변화에도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자연색이에요. 그만큼 편안하죠. 큰 단지의 색상이 진할수록 더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돼요. 그래서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일수록 시각적으로 더 편안함을 주는 밝은 베이지색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요.
▲용인 보정 꿈에그린 환경색채계획
Q)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건축물의 색채 디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화건설을 포함한 메이저 건설회사들은 약 10여 년 전부터 색채 디자인 전문 인력을 활용해 색채 디자인 관리를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하고 있어요. 이들이 아파트 색채 디자인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바가 굉장히 크죠.
특히 한화는 이미 10년 전에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에게 CI 디자인을 맡겼을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에 일찍 눈 뜬 회사라고 생각해요.
Q) 가장 최근 참여하신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한화건설의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의 환경색채를 디자인했어요. 최근 국내 아파트들이 설계 유형을 다양화하는 추세에요. 과거에는 판상 형이 대다수였다면, 요새는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처럼 오피스텔, 상업시설이 혼합된 타워 형도 늘어나고 있죠.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의 경우는 색채 디자인을 통해 건축물의 구조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외관 채도는 굉장히 낮춰 잡았고요. 수직선을 밝은 색으로 디자인해 초고층 건축물의 특성을 강조했어요.
또한 건물 외관의 프레임 자체가 돌출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수직과 수평 라인에 밝을 색을 사용해 디자인했어요. 실제 면 차이가 크지 않아도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수직선과 수평선 모두에 밝은 강조 색을 사용했어요.
Q) 그 밖에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감성과 기능을 매치하는데 집중했어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기능성과 질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요. ‘잘 보인다, 쾌적하다’라고 느끼면서도 ‘이 곳에 있으면 봄이 느껴지네’라는 느낌이 들도록 색채와 그래픽을 혼합해 계절과 스토리가 느껴지도록 했죠.
가령 내부 시설인 주차장은 전체 색면 비율에서는 무채색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도 액센트 컬러(포인트 컬러)를 적절히 배치했어요. 지하주차장의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전환하고, 동물과 식물 같은 자연 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해 친환경적인 요소를 강조했죠.
Q) 색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색채 디자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죠. 사람들은 의외로 색에
대해 의견이 강하거든요. 이를 공유하고 설득해 적절한 색채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컬러리스트의 역할이에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색채 디자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적절한 색채 디자인 안을 제안해 설득해야 해요. 설득이 어려운 것은 상관이 없는데, 좋은 색채 디자인을 선택하지 못 하게 되면 안되거든요. 퀄리티 컨트롤을 거친 다양한 디자인 시안설계 해 제안을 하죠.
Q) 컬러리스트로서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나요?
결과물을 내놨을 때, ‘굉장히 편안하고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때 보람을 느껴요.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 후 거주자 설문조사를 진행해요. 특히 재개발 사업일 경우엔 이 설문조사 결과가 더 중요한데요. 입주자 분들이 ‘정말 고급스럽게 좋아졌다’고 평가해주실 때 보람이 있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이잖아요. 향후 수 십 년간 영향을 미칠 주거환경의 색채를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이죠.
Q) 앞으로 컬러리스트의 직업적 전망은 어떤가요?
밝다고 할 수 있어요. 외국에 비하면 활동하고 있는 전체 디자이너 수는 적은 게 사실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컬러리스트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요.
앞으로 산업별, 제품별로 전문 컬러리스트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건축분야에서는 이미 상품개발 파트에 많은 컬러리스트들이 활약하고 있고요. 각 산업별 제품 디자인에 색채 디자이너 인력이 더 많아진다면 국가 전체적인 산업 경쟁력이 굉장히 높아질 거에요.
Q) 컬러리스트에게 필요한 소양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신만의 전공에 색채 디자인 능력을 갖출 때 유리해요. 앞서 말했듯, 색채가 관여되지 않은 분야가 없기 때문이에요. 건축, 자동차, 게임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어요.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이 컬러리스트의 세계에요. 자신만의 전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색채 디자인을 공부하고 다시 자기 분야로 돌아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겠죠?
Q) 컬러리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분들을 위해 해외 건축물 중에 우수한 색채 디자인 설계 사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의 OMA라는 곳의 설계가 뛰어나요. 다이어그램 기법과 색채 디자인을 적절히 혼합 적용해서 외부에서 내부 공간이 모두 보이게 하는 독특한 디자인 설계로 유명하죠.
▲Rijnstraat 8
▲Faena Park
▲OMA가 설계, 2019 완공예정인 갤러리아 광교점
Q) 앞으로 국내 1세대 컬러리스트로서 포부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색채 정보는 부가가치가 굉장히 높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요. 한국의 색채 정보를 통합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에요.
건설분야에서는 기회가 된다면 상품개발, 홍보, 마케팅 부서가 모두 함께 협업하는 형태의 통합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실제 건설할 아파트부터 모델하우스, 홍보마케팅용 시각 정보까지 모든 색채 설계를 더 큰 틀에서 체계적으로 디자인해보는 거죠.
최경실 교수는 “컬러리스트이자 디자이너로서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집과 일터, 일상의 공간에 색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컬러리스트, 건축 분야 다양한 직업 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인 직업 아닐까요?
한화건설은 또 다른 건축 관련 직업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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