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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중목구조 단독주택을 말하다, 여성 건축가 감은희 소장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최근 내 집 짓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 사이에서 중목구조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최신 양식의 집들이 모여 있다는 판교 주택가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목조주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한화건설이 국내 1세대 중목구조 전문 여성 건축가, 감은희 소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감은희 건축가는

중목구조 전문 건축가로 단감건축사사무소의 소장입니다. 경기대학교에서 건축공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했습니다.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건축 설계부터 감리와 시공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현장형 건축가로 지난해 Jtbc에서 방영한 ‘내 집이 나타났다’에 참여해 전체 6개 주택 중 5개 주택을 설계했습니다.‘2017 이노베이션 기업&브랜드’ 건축문화/중목주택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http://www.edangam.com 


Q) 소장님은 중목구조 전문 건축가로 유명하신데요. 중목구조 건축이라는 것이 조금 생소합니다. 중목구조란 무엇인가요?


중목구조란 무거운 나무(重木)’로 짓는 건축방식이에요. 아직 국내 목조 건축물은 경량목 중심이라 생소한 게 사실이죠. 경량목구조는 얇고 가벼운 목재를 사용해 벽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벽으로 상부의 하중을 받죠. 반면 중목구조는 두껍고 무거운 목재를 기둥과 보(Post & Beam) 중심으로 연결한 구조에요.


이해하기 쉽게 아파트에 비유하면 일반적인 형태의 판상형 아파트가 경량목구조라면, 주상복합 타워형이 중목구조라 할 수 있어요. 중목구조는 동양의 전통적인 공법이고 역사가 길어요. 역사가 긴 보편적인 건축 구조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 한옥도 기둥-보 중심의 중목구조에요.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목조주택 전통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다행히 최근 중목구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고급주택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경기도 파주의 중목구조 주택



Q) 그렇다면 중목구조의 가장 큰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내구성과 친환경성이에요. 저희는 일본식 중목 설계법을 차용하고, 주요 자재 역시 일본산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사람에게 무해하고 오히려 가까이 했을 때 건강에 좋은 삼나무, 미송, 편백나무를 써요.


내구성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같은 목조 건축물인 한옥은 주로 장부맞침 방식으로 목재를 결합하거든요. 그것만으로는 내진이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것이 중목구조의 철물공법이에요.


부재끼리 빈틈없이 딱 맞게 끼워 맞추는 장부맞춤은 진동이 올 때 같이 흔들려주지 않고 절단되거나 결구부분이 빠지기 쉬워요. 중목구조는 접합부가 모두 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외부 진동에도 같이 흔들리는 방식이라 지진에도 버텨내는 힘이 강하죠. 


콘크리트와 비교하면, 외부 디자인과 내부 구조 설계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죠. 외벽재 선택의 폭도 넓고, 완공 후 증개축도 용이하기 때문에 구조 변경도 자유로워요. 설계대로 생산된 큰 목재를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공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바닥부터 천장까지 기본 골조 형태를 잡는 기간은 사흘 정도면 충분해요.


Q) 반면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중목구조의 단점은 어떤 게 있나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일본 현지에서 설계에 따라 프리컷(Pre-Cut)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경량목구조에 비해서는 시공비가 좀더 비싼 편입니다. 시공에 있어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공지침도 상대적으로 복잡하고요. 시공자(목수)의 역량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죠. 그래도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 남을 공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 경기도 동두천의 중목구조 주택 내부 발코니



Q) 중목구조를 전문으로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국내 건축계에는 실력 있는 건축가들이 정말 많아요. 저만의 특별한 분야가 있지 않으면 건축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사무실에 앉아 도면만 그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의뢰 받고, 건물을 설계하고, 현장에서 짓는 전체 작업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갈증이 컸어요.


그러던 중에 일본에서 건축자재 수입을 하는 지인의 소개로 중목구조로 지은 현장에 방문하게 되었어요. 당시 장마철이라 습기가 많을 때였는데도 쾌적하고 좋더라고요. 일단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었고, 나무라는 친환경 소재만으로 뼈대를 설계한다는 명쾌함에 매력을 느꼈어요.


중목구조로 설계를 하면 시공현장도 신경을 써야 하니 현장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요. 그때가 2010년이었는데, 국내에 중목구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할 무렵이었죠.


한편으로는 원래 주거용 건축에 관심이 많기도 했어요. 서울 시내에 있는 고급 타운하우스 설계와 기획, 분양까지 총괄 업무를 담당했던 적이 있는데,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보니 바닥부터 지붕까지 건축가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주택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주거용 건축물 설계를 잘 하면 어떤 건축물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건축가는 흔히 남자가 대다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 여성 건축가로서 어떻게 느끼시나요?


아무래도 남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젠 건축계에도 여성 건축가들도 많아요. 여성건축가협회도 있고요. 다만 여성 건축가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여성 건축가 중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존경할 만한 훌륭한 건축가들도 많아요. 아무래도 언론에서 유명 건축가 위주로 소개를 하는 게 크지 않나 싶네요. 유명 건축가들 중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게 사실이니까요. 앞으로 한화건설에서 더 많이 소개해주세요.(웃음)


Q) 그럼 혹시 여성이기 때문에 건축가로서 더 힘들거나, 반대로 더 수월한 점은 없으신가요?


제 개인적으로는 여성 건축가가 장점이 더 많다고 봐요. 건축가로 일을 하다 보면 의례 의뢰인 또는 건축주와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영업 압박이 있는데요. 여성 건축가다 보니 그런 압박이 덜 한 것 같아요. 자연스레 설계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해주는,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주거용 건축물을 주로 하는 제 입장에서는, 여성 건축가이기 때문에 좀 더 신뢰해주신다는 느낌도 있고요. 실제로 저도 아내이자 엄마이다 보니 주방의 배치나 화장실의 구성 같은 주택 공간의 설계에서 은연중에 세심함이 드러나거든요. 주택은 24시간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보니 모든 공간에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고, 그런 부분에서 여성 건축가가 아무래도 강점이 많은 것 같아요. 


Q) 언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전 사실 학창시절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도면을 하나 들고 오셨어요. ‘은희야, 이게 서울에 가서 지을 우리 집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생전 처음 본 그 건축도면이 저한테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당시엔 그게 건축 도면인줄도 잘 몰랐거든요. 근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게 늘 뇌리에 남아 있었고 나중에 전공을 선택하고 건축가란 직업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Q) 감 소장님 얘기를 하자면 지난해 출연하신 Jtbc ‘내집이 나타났다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열악한 주택을 그분들의 삶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새로 지어드린다는 취지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전에 있었던 MBC러브하우스가 주로 집 내부의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을 개선했다면 이 프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족들의 집을 아예 신축을 해드리는 프로젝트였거든요.


프로그램 특성 상 설계부터 시공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건축가 섭외를 진두지휘하신 양진석 교수님이 일본에서 유학을 하셨던 분이라, 중목구조의 특성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어요. 무엇보다 기초토대부터 지붕까지 올리는 반축까지 사흘이면 가능하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에 잘 맞아 참여를 제안해주신 것 같아요.


타 공법에 비해 프로젝트에 적합하니 좋은 일도 하고 중목구조 건축을 좀 더 알리고자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어요. 운 좋게도 제가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총 여섯 채 중에 다섯 채를 중목구조로 설계했고요.


그러고 보니, 당시 프로젝트에 한화L&C가 훌륭한 내장재를 많이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는데 한화건설에서도 이렇게 찾아와주시니까 더 반갑네요. 




Q) 그 중 가장 아끼는 건축물을 하나만 꼽자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예쁘고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집은 강화도 집이에요. 부부와 두 자녀가 살던 집이었는데요. 조부모 대부터 살아온 100년 가까이 되는 주택이라, 단열은 물론 방음, 방수도 안 되는 곰팡이가 가득한 집이었어요. 게다 외진 곳에 있어서 아이들은 동네 친구도 없고 뛰어 놀 공간도 마땅치 않았죠.



Jtbc ‘내 집이 나타났다를 통해 신축한 인천 강화의 주택



본채와 별채의 공간을 분리해서 본채는 부부가, 별채는 아이들의 공간으로 구성하면서 그 두 공간을 잇는 중성적 공간을 둬서 가족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다행히 건축주 가족도 맘에 들어 하셨고 특히 두 아이를 위해 마련한 공간을 가족 모두가 만족해 하셔서 뿌듯했어요.



Jtbc ‘내 집이 나타났다를 통해 신축한 경기도 여주의 주택


방송을 통해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여주에 집이었어요. 인테리어가 요소가 매력적인 집이었는데 그 점이 많이 어필했던 것 같아요. 내부 공간 구성이 좀 더 알찬 설계였거든요. 방 개수도 넉넉히 했고, 특히 건물 내부에 중정형 정원을 둔 것이 반응이 좋았어요. 덕분에 중목구조 건축을 널리 알릴 수 있었죠. 의뢰도 많이 들어 왔고요.(웃음)


Q) 가장 최근에 설계하신 건축물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제주도에 2층 주택을 설계했어요. 고교 동창 친구인 두 여성이 살 집이었는데요.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있는 곳인데 부지 형태가 길었어요. 부지 형태를 그대로 살려 23m 일자형으로 설계했죠.


▲ 가장 최근 설계와 시공을 마친 제주 선흘리의 주택



여성 두 분이 거주하는 집이라 안전을 위해 정원이 많이 노출되는 것도 꺼려 하셨어요. 그래서 정원을 일종의 시크릿 가든컨셉으로 만들었고요. 두 분의 자녀들은 물론 누가 와도 힐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설계한 저도, 건축주 두 분도 모두 만족스럽고 뿌듯했어요.


Q) 소장님에게 건축가로서 이란 무엇인가요?


사람이 머무는 곳, 생활하는 곳, 스쳐지나 가는 곳 모든 곳이 건축과 함께 하잖아요. 건축가는 각자의 방식에 어울리는 집을 어울리도록 구축해주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요. 집을 지으면서 느끼는 건 각각의 건축물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면 도시가 행복해지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집은 우리 모두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거죠.


Q) 좋은 건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그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내용이 담긴 건축이라고 봐요. 제가 설계해서 지어드린 집에 건축주가 만족하고 사신다고 하면 내가 좋은 건축을 했구나 싶어 뿌듯하고 기운이 나죠. 


Q) 나름의 '건축 철학'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직 배우고 공부할게 많아서, 철학까지 얘기하기엔 아직 조심스럽네요. 사실 여성건축가협회에 가면 저는 막내거든요(웃음) 정말 수 많은 훌륭한 여성 건축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철학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행복한 집짓기인데요. 그 집에 살 사용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건축가의 분석과 제안만으로 진행하는 설계는 사용자를 위한 집이 아니라 건축가를 위한 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목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가 된 것도 사람들의 일상의 질을 높이는 재료,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법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의견을 반영해 그에 가장 적합한 공간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건축의 미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을 함께 발전시키는 게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건축가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신가요?

중목구조의 장점인 친환경성을 살려서 어린이집이나 노인정, 병원이나 요양원 등 사회복지 관련 건축물을 중목구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일반 건물도 목조로 지을 수 있도록 내화 같은 여러 건축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국내 건축가들이 중목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알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직도 건축업계에 계시는 분들 중에 중목구조의 정확한 개념이나 장, 단점을 잘 모르고 계신 분들도 많거든요. 아직도 목조 건축물 분야에 대해 업자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고요.


제가 다른 분들보다 중목구조 건축설계를 좀 더 빨리 시작했고,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으니 직접 여러 분야에 보급화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요. 중목구조의 길로 들어선 이상 더 많은 동료들을 만들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겠죠(웃음).


당장 현실적으로는 현재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함께 오래 일할 좋은 시공 파트너를 찾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감은희 소장은 건축人터뷰에서 만난 첫 여성 건축가였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중목구조 전문 건축가라는 본인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과 그 자부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화건설은 다음 달에 또 다른 건축가의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