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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2017 서울시 건축상 수상, '운생동' 장윤규•신창훈 대표

 

‘2017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건축가 그룹 운생동의 한내 지혜의 숲은 서울시 노원구 중랑천변 한내근린공원의 버려진 공간을 공공도서관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재탄생시킨 도시 재생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한 장윤규신창훈 공동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공건축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업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매번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두 대표를 만나 한내 지혜의 숲 프로젝트와 건축이 담아야 할 가치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운생동은···

건축의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발현해내기 위한 개념적 건축을 실험·실현하는 건축가 그룹입니다. 건축 설계와 기획, 인테리어, 프로그래밍, 대단위 단지 계획 등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발상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초청강연 등 국·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수상 경력_2016년 다산동 성곽길 주차장 및 문화센터 현상 당선, 2015년 잠실종합운동장 도시 재생을 위한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 우승·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디자인 공모전 2, 2013년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대상·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성동문화복지회관)·2007년 세계적인 건축상인 ‘Architectural Review’AR Awards 수상 등.

H_www.usdspace.com / T_82. 2. 764. 8401

 

 

 신창훈 공동대표

 ▶백남준기념관 현상

 광주비엔날레 광장 현상

 ▶KT&G 복합센터, 서울시립대학교

   종합강의동 등 다각적인 사업 진행

 

 

장윤규 대표

 ▶운생동 & 갤러리정미소 대표

 국민대 건축대학교 교수

 신건축 타키론·UIA 바르셀로나 건축 현상

 이스라엘 평화광장 국제 현상 입상

  일본저널 <10+1> 세계건축가 40인 선정 등

 

 

Q. 먼저 운생동을 건축가 그룹이라고 칭하는 이유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창훈 대표(이하 신) 내부 조직을 수평적으로 이끌고 가자는 의미에서 그런 명칭을 붙였습니다. 현장에서 뛴다고 해서 바로 건축가로 불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경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건축가로서 협력 관계에 놓여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자는 바람에서요. 직원들 중 어느 단계가 되면 파트너로 올라설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는데, 저희가 은퇴를 한 후 역량 있는 후배들이 운생동을 계속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도하게 됐습니다.

 

Q. ‘운생동이라는 이름이 건축 분야에서는 생소하게 들리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기운생동이라는 동양의 6화법 중 하나에 착안한 겁니다. 저희는 움직일 동 대신 같을 동을 쓰는 등 세부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한 글자마다 의미를 담아서 함께 생동감을 불어넣자는 뜻으로 완성했습니다. 당시 유행이던 우동등 분식집 이름이나 동네 이름 같아서 처음에는 저를 필두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꽤 컸는데, 결국은 장 대표님의 의견에 따라 회사 이름으로 결정하게 되었죠. 지금은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고 특색 있는 이름이라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옛 조선총독부 체신청 부지를 활용한 럭스틸 마운틴

 

Q. 두 분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첫 직장 면접 당시 장 대표님이 소장님이셨습니다. 직장 선후배 사이로 만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덕분에 파트너로서 윈-윈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각적인 시각이 필요한데, 장 대표님은 개념적인 부분에서 타고 나셨고, 전 그걸 보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며 서로 보완해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죠. 워낙 자유롭게 소통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아내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답니다(웃음).

 

                                                                        ▲한내 지혜의 숲 전경

 

 

Q. 그런 시너지 덕분인지 운생동의 수상 경력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이번 한내 지혜의 숲프로젝트만으로 3개의 상을 받았는데, 이 작업이 두 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내 지혜의 숲은 마을의 버려진 땅에 지은 건물입니다. 원래 한내근린공원 초입에 분수대가 있던 자리인데, 그게 다 깨지고 망가져 을씨년스러운 상태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지으려 했으나 어린이 활동 공간과 동네 사랑방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추가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아예 마을을 바꾸는 것으로 접근을 시도했죠. 주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면서 작업한 결과 현재 운영도 구청이 아닌 주민자치조직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렇듯 공간의 변화를 통해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가꿔갈 수 있게끔 한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특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대규모의 건축 사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실제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주요 포인트가 돼야 하는 거죠. 가령 600억 원으로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600만 원씩 투입해 놀이터 1만 개를 손보는 게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적은 비용으로 커뮤니티 공간에 변화를 줌으로써 이용자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한내 지혜의 숲

 

 

Q. 보통은 건물 뼈대를 먼저 짓고 내부를 채우는데, 한내 지혜의 숲은 그 반대로 작업하신 것으로도 주목받으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존과 다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내 지혜의 숲은 가구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책꽂이를 먼저 배열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책꽂이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가벽 역할을 하면 그에 따라 건물을 외관을 지어나갔죠. 가구를 놓는 방식 자체는 방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 칸막이 정도로 공간을 나눠주는 역할만 해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전체 공간을 벽 없이 트인 형태로 만듦으로써 공간의 자유를 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놀 때 방이 아닌 공간 그 자체를 뛰어다닐 수 있도록, 평소에는 도서관과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지만 또 어느 날에는 전시회와 음악회를 열 수도 있도록 공간의 쓰임새를 훨씬 다양화한 거죠. 100평이 막힌 곳 없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책장을 배열하고 외벽을 지은 한내 어린이도서관

 

껍데기 따로, 공간 따로, 구조 따로 지어지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닥부터 벽, 천정, 구조, 인테리어까지도 하나의 언어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동네 주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기존에는 없던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역할까지 하게 됐죠. 현재는 주부들의 사랑방, 돌봄학교, 어린이도서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답니다.

 

Q. 운생동의 건축물은 늘 이슈를 만들곤 하는데요. 운생동만의 건축 철학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축의 보편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저항 정신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건축에 깃든 정신을 새로이 일깨워주는 것도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후배들이 작업을 해오면 왜 이렇게 했니?”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걸 계속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배우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거죠. 회의할 때 다른 데서 한 것 아닌가?”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의문을 품고 새로운 걸 계속 찾아나가는 게 운생동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파주 출판도시 어린이집

미동 전자사옥

 

Q. 궁극적으로 두 분이 지향하는 건축은 어떤 것인가요?  

어쩌면 요즘 현대인들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근대로 돌아가면 위대한 건축물이 그렇게 많은데, 요즘은 점점 키트화되는 경향이 있죠. 한내 지혜의 숲을 예로 들자면, 그곳은 더욱이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생각해볼 수 없는 것, 공간에 대한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시적이고 감성적인 요소죠. 그래서 지붕과 벽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공원은 물론 하늘도 열려 있도록 함으로써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를 둔 겁니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렸을 때, 하늘로 쌓인 눈을 보며 아이들과 주민들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 마디로 공간 자체가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습니다. 그 공간을 통해 친구나 부모님과 대화할 거리도 얻는 거죠. 저희는 이런 방향의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특히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경우 공원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의 빈 공간도 방과 후에는 주민의 커뮤니티로 활용할 수 있고, 공영주차장도 공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등 활용만 잘하면 효율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우리 주변에는 굉장히 많습니다. 주민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이런 노력을 해나간다면 도시,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운생동의 프로젝트,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함께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 우수상 수상작

 

 

단순한 건축이 아닌, “이렇게 공간을 바꾸면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카운슬러의 역할까지 해주고 싶다는 두 대표는 건축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까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앞으로 우리 삶의 질을 어떻게 업그레이드시켜 나갈지 사뭇 기대되는데요. 한화건설 역시 건축을 통해 사람이 먼저인 공간,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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