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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지드래곤이 반한 건축가 ㈜로디자인 김동진 대표

 

 

안녕하세요, 한화건설니다.

건축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영원성을 드러내는 드문 주제입니다. 건축물이 지닌 의미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입니다. 마치래빗, 마트료시카 등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혁신적인 설계를 선보인 김동진 대표는 삶에 녹아든 건축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지금부터 김동진 대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봅니다.

 

 

 

로디자인 김동진 대표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프랑스 파리-벨빌 국립건축대학에서 수학했습니다. 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로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건축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주요작으로는 논현 마트료시카, 청담 마치래빗,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 송추 벤딩밴드, 청담 바티-리을 등이 있습니다.

 

수상 경력_ 31회 한국건축가협회상, 38회 한국건축가협회상, 25회 서울특별시건축상, 33회 서울특별시건축상, 1회 젊은건축가상, 독일 Iconic Award 2015 등 다수의 건축상 수상.

 

 

 

 

Q. 대표님께서 추구하시는 건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건축의 가장 큰 역할은 삶의 행태를 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형식을 건축적으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과거에는 고정적인 주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건물이 지어졌다면 이제는 건축물이 삶을 프로그래밍하는 역할을 하는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하여 설계를 할 때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잠재된 공간을 이끌 수 있는 건축물을 염두에 두고 작업합니다.

 

 ▲ 청담 마치래빗 (ⓒ김용관 작가)

 

Q.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요. 최근 가수 지드래곤이 청담 마치래빗을 매입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주택가에 자리한 순백의 외관이 눈에 띄는데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오늘날 현대인들은 풍요로운 환경과 넘쳐나는 정보 속에 자유와 해방을 꿈꿉니다. 여기에 착안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렸는데요. 앨리스를 모험의 세계로 이끈 순백의 3월 토끼를 닮은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 대리석, 목재 등의 다양한 재료와 색으로 과도하게 치장된 외관을 지양했는데요. 청담동에 자리 잡은 이 낯선 건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주택지 안 골목으로 자연스럽게 행인들을 유인합니다.

 

 

 

층마다 다른 뷰를 가진 청담 마치래빗 (ⓒ김용관 작가)

 

Q. 청담 마치래빗을 설계하실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하셨나요?

A. 우선 땅 이야기를 해볼까요. 경사진 언덕인 데다 대지의 형태는 삼각형인데요. 한 층의 면적이 크지 않기에 주어진 땅을 최대한 활용해 용적률을 높여야 했습니다. 경사면을 이용해 지하에 선큰을 만들고, 층의 개념을 없앤 복층 구조로 만들어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층마다 다른 뷰를 가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창을 통해 건너편 아파트의 조경을 내 정원으로 만들기도 하고, 빽빽한 건물 틈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사용자가 곁에 있지만 보지 못했던 일탈 풍경을 누리며 일상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청담 마치래빗은 이제 '지디 건물', '지드래곤 빌딩'으로 불리고 있는데요지드래곤이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A. , 저도 지드래곤이 마치래빗을 매입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건물 가치가 상승하고 주목받는건 건축가로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지디가 앞으로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분이니 유연하게 공간공간을 특색있게 잘 활용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논현 마트료시카 (ⓒ김용관 작가)

 

Q. 2015년 서울시 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논현 마트료시카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A. 논현 마트료시카의 부지는 대로 이면 깊숙이 4~5층 높이의 주거지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밀도 높은 주거 건물들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있어서 예민하기에 차면 시설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설계 당시 인형 속에 크기가 작은 또 다른 인형이 반복적으로 포개져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떠올렸습니다. 유사한 형태의 상자들이 반복적으로 포개져 있는 형태로 설계해 주변 건물과의 협소한 거리감 때문에 지킬 수 없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사용자가 자신만의 내밀한 공간을 누리도록 했습니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상자들이 반복적으로 포개져 있는 듯한 논현 마트료시카 (ⓒ김용관 작가)

 

 

 

Q.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상도 카모플라주입니다. 상도동 주택가에 위치한 호텔인데요. 생물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색과 형태를 유사하게 위장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처럼 주변 환경에 잘 녹아드는 호텔입니다. 사실 호텔이 번화가가 아닌 오래된 주거 지역 한복판에 자리 잡은 것만으로도 의아함을 줍니다. 하지만 호텔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창밖으로 보이는 오래된 주거지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상도 카모플라주는 외국인에게 현지인의 진짜배기 삶과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경험으로 새로운 여행 패턴을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행객뿐만이 아닙니다.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주민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지하에는 빵집 등 다양한 상공간이 들어서도록 하고, 가장 꼭대기 층에는 식당이나 연회 공간을 마련해 지역 안에서도 충분히 각종 모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상도동 주택가에 자리한 호텔, 상도 카모플라주 (신경섭 작가)

 

▲ 지역주민을 위한 상공간을 마련한 상도 카모플라주 (신경섭 작가)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A. 좋은 건축이란 삶에 녹아드는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누군가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건축을 해야 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상도 카모플라주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래된 주택가에 이질적인 개입으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상을 선사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오브제와 서적에서 영감을 받는 김동진 대표

 

Q. 혁신적인 실험으로 탄생한 건축물이 인상 깊은데요. 영감을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실생활의 다양한 경험이 건축에 접목되면 좋은 아이디어가 되는데요. 저는 건축과는 먼 거리에 있는 문화나 예술, 오브제에 관심을 가집니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되레 시간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1920~1950년대의 조명과 의자에 대한 공부를 놓치지 않고 있어요. 그 당시에는 신소재였던 철을 재료로 한 제품이 많은데, 소재의 변화나 생산 방식이 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펼치고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Q.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요?

A. 앞으로는 건물 용도가 무엇이든 새로운 지역문화를 이끌 수 있는 건축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여러 분야에 접근해서 새로운 시각과 사고로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Q. 후배들에게 어떤 건축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오늘날 건축은 한 사람의 거장이 지휘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평소 함께하는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건축을 규정하는 작업을 하라고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되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건축을 강조합니다. 저 역시 훗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실험을 꾸준히 해온 건축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동진 대표는 인터뷰 내내 건축물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사용자의 삶을 넘어 그 지역의 풍경 그리고 문화까지 바꾸는 건축물이라야 유의미하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김동진 대표. 그가 앞으로 실험적인 건축을 통해 어떤 풍경을 만들어 낼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한화건설과 건축가와의 만남은 계속됩니다. 다음에도 또 다른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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