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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도심서 만나는 근대건축의 숨결, 서울 근대문화유산 탐방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


‘문화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오래된 유물, 성곽, 고궁 등 수백 년, 수천 년 전 탄생한 것들만을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하지만 근·현대 시기에 세워진 건축물 중에도 기억할 만한 문화유산이 많이 있습니다. 주로 일제강점기 전후에 지어진 건물 중 보존 가치가 높은 것들이 근대문화재로 지정·등록되는데요, 현재까지 업무·교육·산업 시설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문화재인 줄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울 도심 속 자리한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떠나보려 합니다. 시청에서 출발해 세종대로와 정동 일대를 돌아보는 코스입니다. 각 건축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는 물론, 볼거리 즐길 거리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럼 한화건설과 함께, 근대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 우직하게 서울을 지켜온 '구 서울특별시청사'


구 서울특별시청사 (현 서울도서관)

등록문화재 제52호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0 (태평로1가)



“버들강아지 반가워 꼬리 흔든다. 봄이 왔나 보다.” 서울광장에 들어서자 봄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바로 구 서울특별시청사에 걸린 ‘꿈새김판’ 문안입니다. 2012년 ‘서울도서관’으로 변신한 옛 청사 건물엔 공부하러 온 학생들과 도서관 데이트를 나선 연인들이 삼삼오오 드나들고 있습니다.



▲ 서울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구 서울시청사 정문



1926년 건립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땐 경성부 청사로, 광복 이후엔 서울시청사로 사용됐습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일본인이 설계했으며 외관은 화강석과 벽돌에 뿜칠로 마감돼 있습니다. 2008년 신청사 건립을 위해 폐쇄된 후엔 도서관으로 기능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이뤄졌는데, 건물 전면, 옥탑 및 돔, 중앙홀이 원형대로 보존됐다고 합니다.



▲옛 서울시청 모습이 그대로 복원된 로비



현재 서울도서관 건물은 단순히 도서관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층 서울기록문화관엔 대한제국 이후 현재까지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역사적 장면들이 전시돼 있고, 서울특별시 옛 시장실엔 구 서울시장 집무실과 접견실, 기획상황실이 상설전시실로 꾸며져 있습니다.



▲옛 서울시장 집무실 - 상설전시실로 개방돼 있다.



한편, 지하의 시민청은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제공하고, 사전 예약을 통한 교육·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옛 시장실에서 마치 서울 시장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껴보고 시민청의 공연도 관람하는 등 서울도서관 건물 안에서 오롯이 알찬 하루를 보내는 일정도 추천합니다.



▲서울도서관 층별 이용안내




■ 가장 오래된 언론사 건물 '동아일보사옥'




동아일보사옥 (일민미술관, 신문박물관)

시도유형문화재 제131호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세종로, 139-8)



서울도서관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현대미술 전시 포스터가 큼지막이 걸려있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사 건물이자, 현재는 일민미술관과 신문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동아일보사옥입니다.



▲건물 1층의 창 - 외벽엔 석재와 타일이 붙어있다.



이곳은 1926년 동아일보가 전용사옥으로 지은 건물로, 보수 및 증축공사를 하며 내부는 많이 달라졌으나 외관만큼은 원형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벽돌 구조를 혼합한 양식이며 외벽엔 석재와 타일을 붙였고 인조석도 부분적으로 사용됐습니다. 현관 위에서 옥탑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있는 돌출된 창(bay wind)이 특징적인데, 이는 192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디자인입니다. 이러한 창 모양은 모더니즘으로 옮겨가던 당시의 디자인 경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건물 측면의 '신문박물관' 현판



현재 건물 1~4층에 자리한 일민미술관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다루고, 5~6층의 신문박물관은 한국 신문 13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박물관에서 신문을 통해 근현대사를 조망한 후 미술관에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감상하고 나면, 지성과 감성 모두가 풍족히 채워지지 않을까요? 




■ 일제 침략과 항일의 상징 '서울 구 국회의사당'




서울 구 국회의사당 (현 서울특별시의회)

등록문화재 제11호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5 (태평로1가)



지하도를 통해 세종대로 반대편으로 건너, 다시 시청역 방향으로 향해봅니다. 위풍당당한 면세점과 호텔 빌딩을 지나면 상대적으로 낡은 분위기의 콘크리트 건축물을 마주치게 됩니다. 바로 구 국회의사당 건물입니다.



▲서울특별시의회 정문



1935년 조선총독부가 세운 이곳은 원래 국내 최초 근대식 공연장인 ‘부민관’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엔 조선총독부 관리의 휘호가 새겨진 정초석(머릿돌)이 건물 본관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정초석을 뼈아픈 역사의 증거로 보존하고 역사적 연원과 교훈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부민관 폭파 의거 터' 표석



한편 이곳은 항일 투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정문 계단 아래 화단에 세워진 ‘부민관 폭파 의거 터’ 표석이 이를 증언합니다. ‘부민관 폭파 의거’는 1945년 한국인들을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하려는 행사가 부민관에서 개최되자 류만수, 강윤국, 조문기 등 세 청년 의사가 행사장에 폭탄을 터뜨린 사건입니다.



▲건물 외벽 - 장식을 배제한 30년대 건축 사조가 엿보인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구 국회의사당 건물은 장식을 배제하고 균형감있는 미를 추구하던 1930년대 건축 사조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건물 모서리에 우뚝 솟은 시계탑은 권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탑의 높이는 46.6m로 9층 높이에 해당합니다. 




■ 덕수궁길 초입의 작은 르네상스 '구세군중앙회관'




구세군중앙회관

시도기념물 제20호

서울 중구 덕수궁길 130 (정동)



이제 산책하기 좋기로 유명한 덕수궁길을 걸어볼 차례입니다. 덕수초교를 지나 덕수궁 돌담이 시작되는 초입에 접어들자마자 붉은 벽돌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 구세군의 본관인 구세군중앙회관입니다. 


1928년에 지어진 이곳은 당대 서울 장안의 10대 서양 건물 중 하나였습니다. 단지 종교적 건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관이 잘 보존된 근대건축의 좋은 사례로 평가됩니다



▲’구세군사관학교’ 글씨가 새겨진 정면 중앙 상부의 삼각형 박공



구세군중앙회관은 수평적 안정감을 강조하는 르네상스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좌우대칭의 있는 외관과 입구의 거대한 네 기둥은 2층 건물임에도 당당한 인상을 줍니다. ‘구세군사관학교’글씨가 새겨진 정면 중앙 상부의 삼각형 박공, ’해머빔’이라 불리는 2층 예배당의 독특한 지붕틀도 이색적입니다.


2층 예배당 위로 엿보이는 '해머빔' 지붕틀 구조



구세군중앙회관이 위치한 덕수궁길은 평일엔 인근 직장인에게, 주말엔 나들이객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덕수궁길 일부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으니,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이 시간에 덕수궁길을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멋스러운 돌담길을 걷다 구세군중앙회관을 마주친다면, 잠시 멈춰서 건물의 외관을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구세군중앙회관이 위치한 덕수궁길




■ 일제 치하 재판소에서 서울 대표 미술관으로 '구 대법원 청사'




구 대법원 청사 (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등록문화재 제237호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서소문동)



덕수궁길을 따라 경사진 언덕 위를 오르면,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주변엔 오래된 수목과 야외조각이 어우러진 뜰이 펼쳐져 있습니다. 진입로에서부터 낭만이 느껴지는 이곳은 구 대법원 청사이자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진입로



이 건물 역시 슬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1928년 경성재판소로 건립돼 많은 독립운동가를 체포해 구금하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곳 대지는 도로 면보다 약 6m 정도 높게 위치하여 재판소의 압도적 권위가 더 강조됐었습니다. 광복 이후엔 대법원 청사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서울의 대표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측면에서 바라본 현관부 - 일반 고딕 양식과 달리 반원형 아치를 사용했다.



구 대법원청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 전면의 아치형 현관이 잘 보존돼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1995년, 법원 건물이 미술관으로 바뀌며 개조공사를 하던 중 구조적으로 약화된 부분이 드러나 전면 현관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거해 새 건물을 이어 지었다고 합니다. 이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보존하는 방식 중 하나인 ‘정면보존’의 사례입니다. 이 현관부는 전체적으로 근세의 고딕 양식을 따랐지만, 일반 고딕 양식과 다르게 뾰족한 아치가 아닌 반원형 아치를 사용해 장중함을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서울시립도서관의 야외 조각물 - 배형경作 <생각하다 2012-1,2,3,4,5>



총 6개의 전시실을 가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신진 작가의 전시부터 거장의 명화전까지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다룬 ‘드림웍스 특별전’, 영화감독 팀 버튼의 예술세계를 다룬 ‘팀버튼전’ 등은 미술관의 대중화를 꾀한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친근한 작품을 즐기고 난 뒤 아름다운 조경의 뜰에서 여유를 만끽하다 보면 미술이 한 발짝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서울시립도서관의 야외 조각물 - 최정화作 <장미빛 인생>




■ 근대 건축기술사적 가치를 담은 '구 신아일보 별관'




구 신아일보 별관

등록문화재 제402호

서울 중구 정동길 33 (정동)



이만큼 걸었으면 슬슬 배가 고파질 시점입니다. 이제 맛집이 많은 정동길로 향해볼까요? 정동극장 옆 예쁜 간판의 음식점들 곁엔 옛 신아일보 별관이 있습니다. 서구적인 발코니와 붉은 벽돌이 근처 레스토랑 및 커피숍들과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1층 중앙 출입구 돌출부 - 30년대 미국풍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구 신아일보 별관은 미국 싱거미싱회사가 사옥으로 쓰기 위해 1930년대에 세운 건물입니다. 지상 1층, 지상 1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중국 상하이에서 가져온 붉은 벽돌을 쌓아 지어졌습니다. 이후 신아일보사로 매각되면서 3, 4층이 증축됐고, 1980년 언론기관 통폐합 조치로 신문이 폐간되며 현재는 여행사 등 일반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1층 중앙 출입구 돌출부, 계단, 발코니


1930년대까지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관공서를 지을 때만 사용했는데 이 건물은 민간 건축물이면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1층 중앙 출입구의 돌출부와 계단, 그 위의 발코니는 당대 미국풍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 기중과 바닥 구조, 벽난로 등이 옛 모습대로 남아 있어 건축 기술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1980년 언론 통폐합 조치라는 언론수난사 현장을 대변하는 등 근현대사적 가치도 높은 건물입니다.


▲구 신아일보 별관 지하복도 전경 (Copyright ⓒ 문화재청)




■ 한국 여성교육의 효시 '이화여자고등학교 심슨기념관'



이화여자고등학교 심슨기념관

등록문화재 제3호

소재지 : 서울 중구 정동길 26 (정동)



신아일보의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이화여자고등학교 동쪽 문을 통과하면 ‘이화박물관’ 현판을 단 건물이 보이는데요, 이곳이 오늘 탐방의 종착지인 심슨기념관입니다. 

▲심슨기념관 입구 - <회상 6070> 기획전 포스터가 걸려있다


심슨기념관은 이화여고 캠퍼스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현존하는 유일한 학당 건물입니다. 1915년 미국인 사라 J. 심슨이 위탁한 기금으로 세워졌습니다. 6.25전쟁 때 붕괴됐다가 1960년대 초 변형된 모습으로 복구했는데, 2011년 교내에 흩어진 벽돌과 화강석으로 원형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아치창과 화강석 키스톤


이곳은 서양의 초창기 학교 건축양식을 도입한 건물이기도 합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외벽은 붉은 벽돌로 장식됐습니다. 아치창과 화강석 키스톤이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현재 심슨기념관의 1~2층은 이화박물관으로 사용됩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창립한 이화여고의 상징성에 걸맞게 대한민국 여성교육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입니다. 전시실 중 ‘유관순 교실’은 옛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해방 이전으로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상설전시실은 이화학당 최초의 교복 등 이화여고와 관련된 유물들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역사를 알리고 있습니다.. 


▲특별전시실 내부 (Copyright ⓒ 이화여자고등학교 이화박물관)

한편 기획전시실에선 2018년 12월 31일까지 <회상 6070>이란 이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1960~1970년대 여고생의 일상을 통해 시대적 생활사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의 집, 학교, 거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이므로 60~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부모님과 함께 관람한다면 즐거운 추억 여행이 될 것입니다.


▲상설전시실 내부 (Copyright ⓒ 문화재청)




한화건설과 함께한 근대건축여행, 어떠셨나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무심코 지나치던 건물도 그 역사와 가치를 알고 나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을 맞아 내가 사는 동네엔 어떤 문화유산이 있는지 관심 갖고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의 ‘우리지역 문화재’ 서비스(링크)를 이용하면 지역별 문화재 현황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화건설은 유익하고 흥미로운 건축 이야기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