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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인사이드

2만개의 타일로 벽화를? 세계 기차역에서 만나는 건축양식 탐방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


기차여행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열차 안에서 먹는 소소한 간식거리, 한 폭의 그림 같은 창 밖의 풍경들……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만, 여행의 두근거리는 시작점과 아쉬운 종착점을 함께하는 ‘기차역’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거장의 기능 외에도 관광지의 역할을 겸비하고 있는 기차역들이 많다는 것 아시나요? 각 나라별로 시대의 건축양식이 담겨있어 그 역사를 탐방하기도 제격입니다. 건물 자체가 멋스럽기까지 하니, 이런 곳이라면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기차역을 소개하겠습니다. 




■푸른 물결에 빠지다, 포르투갈 ‘상벤투 역’


상벤투역 외관 

Copyright ⓒ jcornelius / en.Wikipedia



‘상벤투역(Estação Central do Porto)’은 포르투갈 제 2의 도시 포르투에 위치한 3층짜리 기차역입니다. 이곳은 원래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있던 자리였는데, 19세기에 포르투갈의 왕위계승권을 놓고 내전이 벌어졌고 페드루 4세(Pedro IV)가 상대편 수도회의 재산을 몰수하면서 수도원의 토지와 건물도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이후 기차역을 짓기 위해 수도원 건물을 철거했지만, 베네딕트회 수도원(Mosteiro de São Bento de Avé-Maria)의 일부 명칭이 남게 됐습니다. 



상벤투역 아줄레주 벽화

Copyright ⓒ Effeietsanders / Wikimedia commons



이 역은 포르투갈 건축가인 조제 마르케스 다 실바(José Marques da Silva)가 보자르(Beaux-Arts)양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양식은 19세기 중엽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한 것으로, 위엄 있고 웅장합니다. 상벤투역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의 아줄레주(Azulejo) 벽화가 포르투갈의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장식인데,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약 2만개의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는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포르투 역사 지구



상벤투역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가 공존하는 ‘포르투 역사 지구(The historic centre of Porto)’에 포함돼,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역은 단거리 열차들의 종착역이기도 한데, 도루강과 이어지는 도루선(Linha do Douro), 해안지역을 따라 발렌사까지 갈 수 있는 미뉴선(Linha do Minho), 포르투와 주변 지역을 이어주는 브라가선(Ramal de Braga) 등이 있습니다. 




■균형 있는 조화가 매력적인, 인도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 외관

Copyright ⓒ Anoop Ravi / Wikimedia commons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붐비는 기차역 중 하나인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Chhatrapati Shivaji Terminus)’이 있습니다. 이 역은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로, 원래 명칭 또한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역(Victoria Terminus)이었습니다. 그러나 1996년에 17세기 마라타 국왕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딴 명칭으로 바꿨습니다.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 야경

Copyright ⓒ Ronakshah1990 / Wikimedia commons



이 역은 건축가 프레데릭 윌리엄 스티븐스가 영국 런던의 세인트 판크라스 역(St.-Pancras-Station)을 모델로 하여 설계한 곳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습니다.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은 인도 전통 양식과 고딕 리바이벌양식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양식으로 재 탄생된 건물입니다. 고딕 건축의 독특한 양식인 플라잉 버트레스와 인도의 전통 목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딕양식의 특징인 프리즈와 스테인글라스 창이 달린 외부와 전통 인도 궁전 양식에 영향을 받은 건물의 스카이라인, 작은 탑, 아치를 볼 수 있습니다.



차트라바띠 시와지 역 팔각 돔과 동상 

Copyright ⓒ Ashwin John / flickr



건물 꼭대기엔 리브 구조로 지어진 약 100미터의 팔각 돔이 덮여있는데, 그 위에는 진보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또한 내부에선 수많은 돌 조각품과 장식용 난간, 웅장한 층계를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인도 최초의 증기기관차가 섰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며, 200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생생한 르네상스의 부흥, 벨기에 ‘안트베르펜 중앙역’


안트베르펜 중앙역 전경

Copyright ⓒ frankieleon / flickr



벨기에 안트베르펜은 소설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이곳에 철도의 대성당 ‘안트베르펜 중앙역(Antwerp Central Station)’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벨기에는 철도를 매우 일찍 도입했는데, 이 역과 메헬렌을 잇는 최초의 노선은 1836년에 개통됐다고 합니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내부



화려한 이 역사는 네오-르네상스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양식은 신르네상스 혹은 르네상스 부흥 건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세기에 일어난 15세기 르네상스의 부흥을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내부

Copyright ⓒ Yann De Troyer / flickr



건축가 루이 드 라 센세리에는 스위스 루체른역과 로마 판테온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안트베르펜역을 설계했습니다. 역은 대리석과 유리 등을 이용한 장식으로 화려하게 만들어져 있는데요. 특히 시계를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유리 돔이 인상적입니다. 철과 유리로 만든 커다란 지붕은 클레멘트 반 보가르의 작품입니다.




■강인한 모습의, 핀란드 ‘헬싱키 역’



헬싱키역 전경

Copyright ⓒ Janne Ranta / Wikimedia commons



핀란드의 주요도시와 연결되는 ‘헬싱키역(Helsinki Railway Station)’은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를 경유하여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국제 노선까지 있습니다. 철도교통의 중심지라고 불리기에 손색없지 않나요? 또한 특이한 디자인 덕분에 국가 랜드마크의 역할도 해내고 있답니다. 



헬싱키역 시계탑



해당 역사는 건축가 엘리엘 사리넨의 설계로 191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유겐트슈틸 양식을 따랐으며, 고전주의의 영향도 받았습니다. 유겐트슈틸은 아르 누보(Art Nouveau)양식의 독일식 명칭입니다. 아르누보란 우리말로 직역하면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사조로서 기존의 예술을 거부하고자 하는 예술 운동이었는데요. 꽃, 잎 등 식물을 요소로 하여 곡선의 리드미컬한 패턴과 변화에 의해 양식화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특징은 양식의 일부입니다. 이 영향을 받은 헬싱키 역은 붉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견고하지만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헬싱키역 남성 조각상



헬싱키 역의 가장 큰 특징은 정문 양쪽에 있는 네 개의 거대한 남성상입니다. 이 조각상은 손에 램프를 들고있는데, 표정 또한 매우 근엄합니다. 핀란드 국영 철도 광고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만큼 국가적 캐릭터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49미터의 높은 시계탑, 정문 위의 시계를 둘러싼 대형 아치도 상징적인 부분입니다. 아치형 천장을 통해서는 빛이 쏟아지는데, 이 경관이 정말 아름답다고 합니다. 




각 국가의 특색이 드러나는 기차역! 장소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해당 나라에 가게 된다면, 그 나라의 역사와 건축양식이 드러나는 기차역들도 주의 깊게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색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한화건설은 더 멋진 건축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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