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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살아 숨쉬는 건축물을 창조하는 건축가, 하태석 SCALe 대표 ∙ 영국왕립건축사


살아 숨쉬는 건축물을 창조하는 건축가

하태석 SCALe 대표 ∙ 영국왕립건축사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살아 숨쉬는 건축물을 본 적이 있나요? 변신로봇처럼 원하는 대로 모습을 척척 바꾸는 도시는요? 마치 상상 속 이야기 같은데요. 모두 실제로 존재한답니다. 바로 하태석 건축가가 구상하고 만들어온 작품들이죠. 그럼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실력으로 건축물과 도시를 새롭게 창조하는 그를 만나러 가볼까요?  



▲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SCALe(스케일) 사무실을 직접 디자인한 하태석 건축가


하태석 SCALe 대표 ∙ 영국왕립건축사


하태석 SCALe 건축사무소 대표는 AA스쿨(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을 졸업한 영국왕립건축사(RIBA)로, 2006년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했다.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을 통한 실시간 도시 구축 작업을 발표했으며,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에서 집단지성을 이용한 공공건축 미디어아트 전시 ▲2015년 국립어린이과학관 건축가로서 선정 등의 활동을 거쳐왔다. 정보기술과 건축의 접점에서 작업하는 그는 사용자가 참여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환경에 반응하는 건축을 통해 건축과 도시의 미래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PROJECT


■ IT/미디어 융합 건축

판교 알파돔시티 입면디자인: 어댑터블 스킨(2016), 국립어린이과학관(2015), 하남열병합발전소 입면디자인: 키네틱클라우드(2015), 티켓라운지: 스마트폰 앱 연동 미디어 건축-씬디(2013), 떠도는기하 콜랙티브뮤지움(2013), 집단지성 도시디자인: 미분생활 적분도시(2010) 등


■ 건축

전남예술고등학교: 가변형 강당-폴리곤(2015), 동부산리조트단지: 지형순응형 해변리조트-프랙탈물결(2012), 부산 용두산 마스터플랜: 도시/자연 융합디자인-용두산 공원도시(2008) 등


■ 전시디자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디자인: 국민화가 박수근전(2015),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전시디자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시간여행 정동1900(2014) 등


▲ “사람마다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 실로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SCALe 건축사 사무소의 옥상정원에서 하태석 건축가



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이는 오후 2시, SCALe 건축사 사무소에서 만난 하태석 건축가는 옥상정원으로 안내했습니다. 육각형 형태에서 상황에 따라 벽이 이동한다는 사무실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나무와 잔디로 잘 꾸며진 정원에서 탁 트인 남산 풍경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도 즐거웠는데요. 높은 곳에서 도심을 바라보며 하태석 건축가와 나눈 미래도시 이야기를 살짝 공개합니다.



Q1. 건축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건축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부터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 자신을 관찰해본 결과 새로운 걸 만들고 디자인하는 데 소질이 있더라고요. 마침 현대건축물을 처음 접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축가를 직업으로 삼으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영감을 받은 건축물이 대한민국 현대건축 1세대이자 새 지평을 연 故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이더라고요.(웃음) 몰랐던 게 하나 더 있다면, 대학의 건축공학과가 공대에 속해있다는 거였죠. 공학만 배우자니 재미 없고 설계, 디자인 등 다른 소양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시간표를 짜고 다른 학과 수업도 들으러 다녔어요. 



▲ AA스쿨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하태석 건축가는 그녀의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상상력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Q2. ‘영국왕립건축사’라는 독특한 이력이 궁금해요. 


건축 분야에 빠져들어 공부하다 보니 외국서적을 접하기도 했는데요. 책을 통해 자하 하디드를 비롯한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경이로웠죠. 그들의 세계에서 건축을 배우고 싶어서 영국 유학을 결심했어요. 


제가 공부한 곳은 영국의 AA스쿨인데, 앞서 이야기한 자하 하디드와 더불어 렘 콜하스, 마크 피셔 등 건축계의 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배출했어요. 이곳에서 3단계에 걸친 건축교육 단계를 이수하고, 자격을 갖춰서 영국왕립건축사협회(RIBA, 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에 등록해야 영국왕립건축사로 인정받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건축에 예술을 더하는 방법을 배웠죠. 



 ▲ 하태석 건축가는 구름을 형상화한 건축물이 날씨와 계절의 변화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도록 설계했다. / 부산의 첨단영상테마파크체험관(2012) 



Q3.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스타건축가로 꼽히고 있는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제가 젊은건축가상 수상의 영광을 얻은 건 2006년이에요. 시간도 지났고, 스타건축가라는 칭호도 부끄럽죠.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젊은 건축가가 독립해서 일하기가 힘든 시기여서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후배들을 알리며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대표로 일하다 보니 그런 타이틀을 얻게 된 게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으로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Q4. 미래 도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퓨처시티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만드셨는데, 자세한 소개 부탁 드려요. 

 

최근 도시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제는 대부분 과거 지향적이에요. 역사적 가치, 기존의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건 좋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선 말하지 않죠. 기술의 영향이 크게 미치고 있고, 눈에 띄게 변화가 이뤄지는 요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제안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난 1년간 준비하고, 2017년 1월에 출범한 단체가 퓨처시티 소사이어티입니다. 이곳에서는 건축뿐만이 아니라 인문, 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미래도시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논의해요. 



▲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색이 변하는 건축물 ‘씬디’의 내부. / 서울 홍대 인디밴드 공연 티켓라운지 씬디(2013)



Q5.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이셨던 작품이 유럽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요. 어떤 작품인가요? 


<미분생활 적분도시>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조금 어려운데요.(웃음) 미분처럼 작게 쪼개진 개인의 삶이 모여서, 적분과 같이 거대한 도시를 만든다는 콘셉트예요.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매체가 도시는 크게, 시민은 작게 표현했지만, 사실 사람이 없으면 도시도 없죠.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도시에 삶을 끼워 맞춰왔어요. 직접 집을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으니까 공간에 대한 애착이나 자부심이 없지요. 그런 삶이 모여 만든 도시의 단점을 해결하려면 시민이 주거공간 설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입력할 때마다 가상의 도시에 반영되는 <미분생활 적분도시>를 만들어서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어요. 원하는 대로 가상도시를 변화시키면 흐르는 음악도 바뀌게 설계했는데, 빌보드 댄스클럽 차트 1위를 차지한 사운드 아티스트 최진석 씨와 협업했죠. 이 작품이 신기했는지 유럽에서 반응이 뜨거웠어요. 

(※ 이 작품에는 전시기간 동안 5,000명 이상이 가상도시 만들기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에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바로 반영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 하태석 건축가 / 미분생활 적분도시(2010) 

 

▲ <미분생활 적분도시>를 미디어아트로 만든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개관전에 초대돼 전시했고, 하태석 건축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로도 인정받았다. / 떠도는기하 ; 콜렉티브뮤지움(2013)



Q6. ‘살아 숨쉬는 건축물’로 불리는 최근 작품, 국립어린이과학관에 대한 설명 부탁 드려요. 


국립어린이과학관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과학관’을 콘셉트로 했어요. 감각을 느끼고 반응하는 생명체처럼 건축물 외부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날씨 정보, 조도, 온도 등을 감지하면 인공지능이 받아들여서 외피를 움직여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은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만들었죠. 


휴관일 등 관람객이 없을 때 이곳의 피부는 잠자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입니다. 반대로 사람이 몰릴 땐 특정 피부의 활동량이 활발하게 변하죠. 우리가 즐거울 때 웃으면 표정이 변하는 것처럼요. 국립어린이과학관은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때가 되면 꼭 들러서 건축물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나 직접 확인해 주세요!       


▲ “국립어린이과학관은 색의 변화와 움직임을 통해 외부 환경과 사람에게 반응해요.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죠.” – 하태석 건축가 / 국립어린이과학관(2015)



Q7. 앞으로 꿈꾸는 건축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은 늘 변하잖아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놀거나 파티하고 쉬기도 하죠. 앞으로의 공간 그리고 건축은 사람의 변화를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건축은 가능성이 무한하기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는 SCALe의 사무실은 육각형으로 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벽이 생기고 없어지고 한답니다. 작업을 비롯해 전시, 파티, 놀이 등에 따라 공간이 변하는 거죠. 벽이 움직이는 건 스마트폰 앱으로 조종해요. 


많은 이들이 기술은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든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기술은 외려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줍니다. 기술의 숨겨진 진주 같은 기능을 캐내서 건축에 시도하는 것이 바로 제가 해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하태석 건축가가 일하는 SCALe 사무실은 상황에 따라 벽이 움직이면서 작업, 전시, 파티 등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 스케일육각체(2012)



▲ “공간은 사람에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해요. 건축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죠.” – 하태석 건축가 



오늘 하태석 건축가와 미래도시를 들여다본 시간은 어떠셨나요? 사람에게 반응할 수 있는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에 한화건설도 많이 공감했답니다.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더욱 밀접하고 친근한 공간을 만들어가도록 많이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보며, 한화건설은 다음에도 멋진 건축가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