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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건축人터뷰

종이 위에 그리는 건축, 건축 드로잉 작가 윤희철 교수



안녕하세요, 한화건설입니다. 연필, , 붓 등으로 그려진 건축물은 실제 건축물과는 또 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뛰어난 건축드로잉 작품은 실제 건축의 모습보다 더 정교하고 멋있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건축물을 표현합니다.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고 정확한 표현기법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오늘은 건축 드로잉 작가로 유명한 윤희철 대진대 휴먼건축공학부 교수를 만나 건축 드로잉 작가에 대해 살펴봅니다.



윤희철 교수는

현재 대진대학교 휴먼건축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건축가, 성악하는 건축가로 알려진 윤 교수는 드로잉 개인전 4회를 비롯해 다수의 아트페어와 개인전을 이어 오고 있으며 2016년부터 경향신문에윤희철의 건축스케치라는 칼럼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의 드로잉 그림엽서는 남이섬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저서로는 『현대건축과 음악과의 만남』, 『유럽을 스케치하다』, 『아름다운 서울 : Seoul & Soul, 『그림 그리는 건축가의 서울 산책』 등이 있습니다.




Q. ‘건축 드로잉이란 무엇입니까?


드로잉은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설계하는 건축물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부분적인 디테일을 확인할 때 드로잉이 필요하며,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건축주에게 설명할 때도 매우 유용합니다. 건축 드로잉은 곧 건축 언어입니다.


드로잉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높습니다. 평면도, 배치도가 드로잉으로 표현될 수 있고 이미지 스케치, 더 나아가 투시도, 조감도도 드로잉으로 가능하기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드로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건축에서 드로잉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건축가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제일 먼저 드로잉을 합니다. 건축물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고민할 때 그리는 것이 가장 손쉽고 편리합니다. 좋은 드로잉만으로도 건축주와 교감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밀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드로잉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습니다. 종이나 메모지에 바로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좋은 점, 나쁜 점, 고칠 점, 보완할 점 등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건축 도면 이전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건축가에게 드로잉은 어떤 작업입니까?

 

건축가들은 자신의 건축적 표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표현능력이 뛰어나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구상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류춘수 건축가가 드로잉 개인전을 연 적이 있습니다. 전시 슬로건이 건축가는 드로잉으로 말한다였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건축 드로잉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드로잉 실력이 뛰어난 건축가는 설계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건축가는 드로잉으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많은 가능성이 나오고 그 중 하나를 최종 결과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확률적으로 드로잉이 좋은 건축가가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디자인에 있어 스케치는 좋은 작품의 필수조건은 아닐지라도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건축 드로잉, 즉 프리 핸드는 필수과목입니다.


사실 미술과 건축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건축학과의 수업 자체도 미술적 측면이 많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만 하더라도 학부에서 구상 표현의 방법으로 드로잉을 많이 강조합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는 미대 안에 건축과가 있습니다. 5년제라고 하면 3년은 미술학도와 수업을 같이 하고 마지막에 전공으로 건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Q. 교수님이 설계하신 건축물 중 건축 드로잉 기반의 대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백합키즈피아’(2002)가 있습니다. 포천시 초가팔리에 건립된 백합키즈피아는 기존 건물 안쪽으로 장방형 대지 위에 건립한 건물입니다. 설계 시 건물의 정면성과 뒤쪽의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배면 모두 중요한 고려 요소였습니다. 동쪽인 뒤쪽의 2층 테라스는 멀리 산이 보이는 풍광이 멋진 곳이어서 앞으로 넓어지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계획했습니다. 각 층별로 테라스를 조성해 외부공간을 건물 내부와 연결시키고자 했고 전면과 후면의 외부공간은 1, 2, 3층으로 올라갈수록 뒤쪽으로 셋백(set-back)되는 형태로 개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윤희철 교수가 설계한 '백합 키즈피아' 조감도와 드로잉 및 실제 완공 모습.(사진 제공 : 윤희철 교수, 이하 동일)


이 과정에서 드로잉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보통 작업에 들어가기 전 드로잉을 하지만 중간중간 꼼꼼하게 다시 드로잉을 하며 처음의 아이디어가 잘 반영되었는지 체크하며 진행했습니다

 

 

Q. ‘그림 그리는 건축가로도 유명하신데, 건축 드로잉에 집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학창시절 그림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대학 진학 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건축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건축학도일 때 당시 교수님께서 드로잉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방학 동안 화실을 열심히 다니면서 데생 수채화 기법을 익혔습니다. 또 매 학기 미대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덕수궁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미대 데생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매일 크로키를 그려오는 과제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께서 저에게 너는 건축과 학생이니 건물 위주로 그려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가이드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건물 위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제가 건축 드로잉에 집중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수업을 통해 소점 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대생들과는 다른 저만의 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저에게 한번에 선의 형태를 뽑아내는 훈련을 시켜주셨습니다. 덕분에 바로 프리핸드로 투시도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됐습니다. 그 이후 드로잉에 점점 더 큰 흥미를 가지고 혼자서 많이 공부하고 야외 사생을 다니는 등의 노력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Q. 건축 드로잉 전시 외에 드로잉 작가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십니까?


2013년 신문에 유럽 건축물 스케치 칼럼을 연재하게 되면서 건축 드로잉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신문 연재를 통해 작품의 스케일도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A4 사이즈로 시작했는데 더 큰 도면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노이슈반슈타인성


2015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제 드로잉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이 캘린더, 그림엽서 등으로 상품화되면서 주변 관심이 커졌고 개인전도 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전시회도 꾸준히 열고 있는데 12 2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의 건축풍경'을 주제로 개인전을 갖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전경

 

 

Q. ‘건축 드로잉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입니까?


그림은 미감을 자극하고, 미감에 호소하는 작업입니다. 드로잉 역시 그림의 한 단계입니다. 뛰어난 드로잉은 독립적인 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건축 드로잉이 펜화로서 밀도감은 떨어질지라도 여백의 미를 활용하면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북촌 풍경 8제


드로잉은 펜과 도화지, 화판만 있으면 어느 공간에서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내가 앉아있는 장소가 곧 아뜰리에가 된다는 것도 드로잉의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저는 A4 사이즈 정도의 작은 그림은 완성하는 데 집중하면 하루 정도 걸립니다. 가로 50, 세로 30 규격은 최대한 집중하면 3일 정도 걸립니다. 보통은 매일 몇 시간씩 꾸준히 그려 보통 1주일~10일 정도가 걸립니다.



Q. 교수님의 드로잉 기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의 드로잉은 펜 스케치에 채색하는 기법입니다. 펜 담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작업은 국내의 건축 풍경 위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1차로 서울편을 마감했고 현재는 전국을 여행하면서 각 지역의 주요 건축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주도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건축 드로잉 작가의 직업으로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펜 드로잉에 대한 많은 관심과 호응이 있습니다. 전시와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고 상업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직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릴 대상은 무궁무진합니다. 건축을 전공한 분이라면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공간사옥



Q. 건축 드로잉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입니다. 인내심이란 매일 조금씩 그려나가는 끈기와 성실함을 말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죠. 어떤 분야에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력이 있습니다. 건축 드로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희철 교수가 진행한 드로잉 수업모습

 

제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축드로잉 강의를 하는데 수강하셨던 분 중 70세 되신 어르신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은 앞으로 10년을 생각하고 지금 드로잉을 배운다고 하더군요. 책을 쓰고 있는데 자신의 책에 직접 삽화를 그려 넣고 싶다는 꿈이었죠.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시간을 일부러 내서 하기 보다는 버려지는 시간을 모아서 활용하면 1, 2, 10년이 지나면 그 분야에 정통해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건축 드로잉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임하는 끈기와 인내를 말하고 싶습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재능이 필수는 아닙니다.




흔히 ‘건축물과 그림’을 떠올리면 설계도와 같은 기능적 도면만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건축전공자들의 필수 소양인 ‘드로잉’이 ‘미술’과 만나 ‘건축 드로잉 작가’라는 독자적인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건축물을 그린 펜 드로잉 작품에 대한 미술계의 평가가 갈수록 긍정적으로 변하고 대중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건축 드로잉 작가’의 직업적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 드로잉 작가처럼 보이지 않는 다양한 건축 분야 전문 직업인들의 노력이 모여 더욱 완성도 높은 건축을 가능케 합니다. 한화건설은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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